
교육 부문에 대한 사회적 후원을 제도화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후원법’ 전문을 데일리NK가 입수했다.
이 법은 2023년 12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됐으며, 이번에 입수한 전문은 2025년 6월 10일 수정·보충된 개정법이다. 총 29개 조항으로 구성된 개정법은 ▲교육후원의 정의와 원칙 ▲기금의 기증·등록·관리 체계 ▲후원단체의 임무 ▲실적 평가와 우대 ▲처벌 규정 등을 포괄하고 있다.
개정법을 분석한 결과 북한 당국은 교육 사업을 후원하는 사회적 기풍을 확립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기관·기업소·단체는 물론 일반 공민에게까지 교육 기금 기증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투자의 부담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과 주민에게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모든 교육 관련 기관이 기증 대상…전자결제도 가능
개정법은 제2조에서 교육 후원을 “교육 기관의 건설이나 교육 조건과 환경의 개선, 교원의 자질 향상 등 교육 사업과 그 발전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방조”로 정의했다. ‘교육후원기금’은 기관·기업소·단체와 공민이 교육 발전을 위해 기증하는 모든 자금과 물자를 뜻한다.
개정법은 전 사회가 “열성적인 학부형 후원자”가 되어 교육 사업을 적극 후원하는 기풍을 확립하도록 한다고 원칙을 밝히고 있다(제3조). 교육후원 사업에 대한 지도는 내각의 통일적인 지도 아래 중앙교육지도기관과 지방인민위원회, 해당 기관이 맡는다.
특히 기증 대상 교육 기관의 범위에 유치원과 소학교(초등학교),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대학뿐만 아니라 애육원, 장애자 학원, 학생소년궁전, 소년단 야영소, 학생소년회관, 직업기술학교, 체육학교, 예술학원까지 포함(제7조)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사실상 북한 내 모든 교육 관련 기관이 기증 대상에 해당되는 셈이다.
북한 당국은 기증 방법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모교를 비롯한 교육 기관에 직접 기증하거나 교육후원기금 관리 기관, 지방인민위원회 교육 부서를 통해 기증할 수 있으며, 전자결제 체계를 통한 기증도 가능하도록 했다(제8조). 전자결제 방식을 명시한 것은 북한 사회 내 정보화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외국 기업과 국제기구, 외국인, 해외동포도 교육후원기금을 기증할 수 있다고 명시(제6조)했는데, 이는 국제사회의 교육 기금 공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기증된 자금은 교육후원기금 전용 계좌에 적립해야 하며, 해당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봉사료(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제11조). 또 기증된 물자는 품명, 수량과 함께 국가가 정한 가격에 따른 금액을 기재하도록 했고, 접수 기관은 기증자에게 기증확인서를 발급하도록 했다.
최규빈 한동대 교수는 데일리NK에 “기금 기증이 장려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지방 하급 단위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기존 교육법에서도 후원사업을 기관·기업소·단체에 분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번 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후원기금 업무를 의무 사항으로 공식화했다”고 설명했다.
후원단체에 ‘사회적 의무’ 부과…실적 평가에도 반영
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후원 체계를 사실상 의무화해놨다는 점이다. 개정법은 후원단체를 “해당 교육 기관에 대한 후원사업을 맡아 할 사회적 의무를 지닌 기관, 기업소, 단체”로 규정하고(제15조), 내각과 중앙교육지도기관, 지방 인민위원회가 교육 기관별 후원단체를 지정하도록 했다. 기관의 규모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한 후원단체에 1~2개의 교육 기관을 분담할 수 있다.
후원단체로 선정된 곳은 분담받은 교육 기관의 관리·운영 실태를 상시 파악하고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제17조), 3월과 10월 ‘학교지원 월간’에 집중적으로 후원해야 한다(제18조).
후원 실적에 대한 평가 체계도 마련됐다. 후원단체가 교육 기관에 제공한 자금과 물자는 경제 실적 평가에 반영되며(제21조), 교육후원 사업에서 공로를 세운 기관·기업소·단체와 공민에게는 국가 표창과 견학·관광 등 우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제23조). 그런가 하면 출판보도 기관은 모범적인 후원 사례를 신문, 방송, TV 등을 통해 소개·선전해야 한다(제24조).
다만 법에 평가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아, 감독·통제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기금 유용하면 무보수 노동…최대 형사처벌까지
처벌 규정은 제25조부터 제28조까지 4개 조항에 걸쳐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기존 교육법에는 교육후원과 관련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었으나, 이번 법에서 단순 경고부터 형사처벌까지 단계별 제재를 새롭게 명시했다.
교육후원기금의 등록·적립·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교육후원 사업에 지장을 준 경우나 기증확인서 발급이나 증서 수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경고’ 처벌을 부과한다. 정상이 무거우면 ‘엄중경고’로 가중된다(제25조).
교육후원기금을 유용하거나 비법 처리한 경우, 기증 물자를 파손시킨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교육 기관의 자금 지출 요구를 거부한 경우에는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 처벌을 부과하며, 정상이 무거우면 3개월 이상으로 가중된다(제26조). 교육후원 질서를 어겨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면 ‘강직·해임·철직’이 가능하고(제27조), 범죄에 이를 경우 형법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묻도록 했다(제28조).
최 교수는 “북한이 교육 격차를 구조적 문제로 보기보다 지역의 책임이나 교원 개인의 자질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교육후원법을 통해 교육 조건과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더 많은 동원에 기반해 지역 교육 발전의 부담을 주민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기존 교육법에는 교육후원과 관련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번 법은 단순 경고부터 형사처벌까지 광범위한 제재를 규정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교육후원 관련 법령이 기관과 단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주민들의 인권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2011년 채택한 고등교육법에서도 지방의 기관·기업소·단체가 교육 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규정했고, 2021년 채택한 시군발전법에서도 시·군 인민위원회가 학교를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후원사업을 추진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교육 기관에 대한 후원 독려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후원 체계를 의무화하고 처벌 규정까지 마련한 것은 교육 부문의 재정적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교육후원법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