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머릿속에 한국 지워라”…北, 강력한 사상 사업 주문

한국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유령과 같은 존재로 취급…외국 나가 있는 외무성 일꾼 자녀 동향도 관리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북한 국가 기관들에 새로 배포된 지도. 기존과 달리 북한만 그려져 있는 반쪽 지도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이 청년들의 머릿속에 한국을 아예 지워버리기 위한 강력한 사상 사업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31일 “정부는 22일 한국을 불변의 적대국가로 규정한 두 국가 선언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를 영구히 단절할 데 대한 강력한 조치로 한국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은 오는 4월과 5월 두 달간 청년 맞춤식 교양자료를 활용해 전국적인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청년들을 체제 결속의 전위대로 묶어 세울 것을 강조했다.

청년동맹은 한국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유령’과 같은 존재로 취급해 30대 이하 청년층의 의식 속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완전히 소각하는 것이 이번 운동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청년동맹은 청년들이 속해 있는 전국 각지의 직장과 학교들에서 “한국의 사상과 문화는 영혼을 좀먹는 독소”라는 내용의 강연을 주에 한 번씩 조직해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접한 적 있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털어놓고 반성하게 하는 사상적 ‘세척’ 과정을 거치게 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청년동맹은 한국 문화에 물 젖어 있는 청년들의 그릇된 사상을 윽박지르기만 하지 말고, 수준이 비슷한 또래끼리 묶어 함께 토론하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문제를 깨우치게 하는 식으로 그릇된 사상을 바로잡도록 하라고 방법을 일러주기도 했다.

북한이 청년동맹을 통해 청년들의 머릿속에 한국을 지우려는 작업에 나서자, 청년들은 내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청년들은 “이제는 한국 노래 한 곡 듣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이 됐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는가 하면, 상호 감시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에 서로 눈치만 살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외국에 나가 있는 외무성 일꾼 자녀들의 사상적 동향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외국에 나가 있으면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이들의 사상적 변질이나 체제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정부는 이미 부모들을 따라 나가있는 외무성 일꾼들의 자녀 중 특히 머리가 좋고 수재인 자녀들은 조국으로 들여보내도록 하고, 앞으로 자녀를 너무 오래 데리고 나가 있지 못하게 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9차 당대회에 관한 보도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다”,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뤄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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