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낮 하루밤’ 의무 시청에 반영문 제출까지…무슨 일?

락원기계종합기업소에 중앙 지시 내려져…종업원들 피로감 호소하면서 타인 감시 압박감 시달려

북한 영화 ‘하루낮 하루밤’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캡처

중장비를 생산하는 북한의 대표 기계공장인 락원기계종합기업소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하루낮 하루밤’을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반영문을 써서 바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져 종업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0일부터 전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조선예술영화 ‘하루낮 하루밤’ 1, 2부를 의무적으로 시청하게 하고 이달 말까지 반영문을 써서 바치게 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신의주에 있는 락원기계종합기업소에 내려졌다”며 “종업원들은 갑작스럽게 내려진 지시를 잘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업소는 실제 중앙의 지시에 따라 10일부터 일주일간 종업원들에게 영화를 의무적으로 관람하게 했다. 낮 작업반은 퇴근 전에, 밤 작업반은 출근 후에 무조건 학습실에 집결해 관람을 마쳐야 퇴근하거나 생산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소는 이후 두 주 동안은 종업원들이 개별적으로 반영문을 작성해 각 소속 조직에 바치도록 했는데, 영화의 핵심 주제가 ‘수뇌부 결사옹위’와 ‘내부의 적 색출’인 만큼 이번 일에 보위부가 사사건건 관여하며 종업원들의 반영문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2월 개봉한 북한 영화 ‘하루낮 하루밤’은 1950년대 중반 전후 복구 시기를 배경으로 한 실화 기반의 영화다. 주인공 ‘라명희’가 우연히 국가 전복을 꾀하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들의 음모를 알게 되고, 이를 당 중앙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24시간을 그렸다.

이 영화는 내부의 적이나 반대 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어떤 시련 속에서도 수뇌부를 지켜야 한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식통은 “해방 직후 반동분자들이 어떻게 수령님을 노리고 발악적인 음모를 꾸몄는지를 다룬 영화를 의무적으로 시청하고 반영문까지 작성하라는 지시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다”며 “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 교육이라 기업소 전체 분위기가 살벌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소는 “현재 내 주변에 숨어있는 적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하면서 종업원들이 작업장, 인민반 등 모든 공간에서 수상한 거동을 하는 자를 찾아내 주저 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이에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공포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장비 생산으로 가뜩이나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심지어 9차 당대회 과업 관철로 드바쁜 시기에 반동을 잡으라는 사상 교육까지 더해지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라는 종업원들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달 말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반영문에 구체적인 자아비판과 타인에 대한 감시 내용까지 포함돼야 하는 조건에 종업원들의 심리적 압박과 공포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종업원들은 누구를 반동으로 지목해야 내가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서로 눈치 보기 바쁘다”며 내부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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