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각종 선전·정치행사에 대한 주민 참가율이 예전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위원회 선전선동부는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결의행사 참가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문제를 놓고 내부 토의를 진행했다. 그 배경에는 대학과 전문학교 학생들의 행사 참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소식통은 최근 각종 정치행사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하나의 추세처럼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기업소와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농근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일부 단체에서 인원 동원이 어려운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학과 전문학교 학생들의 참가 인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생계유지에 그치지 않는다. 공식 담론에서는 육체적 생명과 더불어 ‘정치적 생명’을 강조한다. 여기서 정치적 생명이란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 조직생활 참여, 사상 학습 등을 통해 유지·관리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생활총화, 각종 정치행사 및 학습 참가 여부는 이러한 정치적 충실성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노동당은 당세포와 초급당, 각급 근로단체 조직을 통해 정치행사와 학습 출석 상황을 점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비판과 사상교양, 조직적 처벌 등이 뒤따르기도 한다. 이러한 조직적 관리 체계는 체제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주민들은 개인적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근 청년 학생층의 정치행사 참가율 감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청년층의 인식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은 ‘혁명 전통’ 계승과 청년 동원을 강조하며 대규모 행사와 사상 교육을 지속해 왔다. 그럼에도 일부 청년층에서 피로감이나 거리감이 나타난다면, 이는 세대 인식의 변화 또는 사회 분위기의 변동을 시사하는 대목일 수 있다.
최근 노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당이 민심을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이나 같고, 민심을 잃는 것은 당 자체를 잃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당과 민심의 관계를 중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혁명성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통해 청년층에 대한 사상 교양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다만 통제와 단속 중심의 접근이 오히려 청년층의 내적 반감을 키울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정치행사의 형식적 참여를 강조하기보다 주민들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사회 기반을 마련하는 길일 수 있다. 특히 시장 활동의 제도적 안정성과 주민들의 생계 자율성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조치가 병행된다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충성의 외형적 지표를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 생활의 현실적 요구에 응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민심’이라는 기반도 보다 공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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