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운데, 이 소식이 북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 일을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극소수의 가까운 사람들과는 “핵을 보유한 이란도 공격을 당했는데, 우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라는 등의 말을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다고 한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를 비롯한 일부 국경 지역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지도자가 사살됐다’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지고 있다”며 “다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막까진 알려지진 않아 여러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로 외부와 소통하는 이들을 통해 북한 당국이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는 소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유입·확산되고 있다. 이번 중동 사태 관련 소식 역시 이러한 통로를 통해 퍼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앞서 2일 북한은 주민들도 보는 노동신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인 것을 규탄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실은 바 있다. 다만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수뇌부들의 사망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회령시에는 이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특히 이에 주목하며 “철저한 경호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성공했을까”, “내부에 간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과 추측을 덧붙이고 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번 일은 주민들의 체감 수위가 사뭇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그동안 주민들 사이에는 핵무기를 보유하면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고 미국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며 “그런데 우리와 똑같이 핵을 가진 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핵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당하다니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주민들은 “그동안 핵이 있어야 안전하다며 배고파도 참으라 했고 핵을 만드는 건 멈출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면 이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회의적인 시선도 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은 “차라리 우리나라(북한)도 전쟁이 터졌으면 좋겠다”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실제 전쟁을 바라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장기화하는 경제난에서 비롯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자신들의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전쟁이 터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먹고 살기 어려운 주민들이 힘들 때마다 입에 올리던 일종의 푸념이었다”면서 “최근 생활이 더욱 팍팍해진 상황에서 이란 사태까지 겹치며 이런 말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공습에 관한 소식은 또 다른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혜산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등 북한과 연결 지어 보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건만 해도 ‘우리는 핵이 있으니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이 있어도 절대로 안전하지 않으며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우리나라도 언제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서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혜산시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핵을 가지고 있든 없든 남의 나라 지도자를 체포하거나 죽이는 걸 보면 미국이 힘 있는 나라라는 게 실감이 난다”, “우리나라가 핵 강국이라고 하는데 미국과 맞서면 과연 이길 수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정말 가까운 친인척이나 지인들 사이에서만 은밀히 주고받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처럼 이번 중동 사태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핵 보유는 곧 안전’이라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게 되면 내부 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나온다.
실제로 북한의 밀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이 향후 국경 단속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소문이 확산하는 근원지인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주민 단속 역시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소식통은 “정세가 불안해질수록 단속이 세진다는 것은 밀무역업자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밀무역이 막혀 몇 달째 수입이 끊긴 데다 중국에 돈을 보내 사둔 물건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겹쳐 밀무역업자들의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지도자를 체포하고 사살하는 미국의 행동은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며 “특히 핵을 가진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놀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란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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