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占시장②] 단속 강화의 역설…음지에서 더 은밀하게

길거리 곳곳에 액막이 흔적 발견돼…단속에도 행위 줄어들기보다 음지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어져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의 미신 행위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점(占)시장’은 더 은밀한 형태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 강화가 수요를 억누르기보다 시장을 음성화시키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9차) 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안전원, 보위원 등의 법관들이 야간에도 퇴근하지 않고 다방면적으로 근무 강화를 이어갔음에도 주민들의 미신 행위는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평안남도에서는 당대회를 계기로 단속기관의 야간 순찰과 검열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회가 향후 북한의 5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 행사인 만큼, 각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없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사회 통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미신 행위는 북한 당국의 주요 단속 행위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북한이 대(對)주민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사상 결속과 사상 무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은 미신 행위를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어긋나는 비사회주의적 요소이자 주민들의 혁명 의식을 마비시키고 사회적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신 행위는 감소하기보다 오히려 음지의 영역에서 더욱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액막이와 방토 등 소위 ‘악귀’와 ‘액운’을 막는 행위를 한 해 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해 단속을 피해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관련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평성시 골목과 교차로 등 거리 곳곳에는 주민들이 액막이 의식 후 버린 음식물과 팥, 동전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액막이 후 버려진 1000원권부터 5만원권 지폐도 눈에 띄는데, 이는 모두 미신 행위의 흔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소식통은 “이렇게 길거리에 버려진 음식이나 돈은 쌀이 없어 굶주림에 허덕이더라도 손대지 않는다”면서 “액막이 후 버려진 음식을 먹거나 돈을 주워 쓰면 그 액운이 자신에게로 옮겨온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평성시 안전원들은 인민반을 순회하며 회의를 소집하고, 길거리에 미신 행위 흔적이 발견되는 즉시 신고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특히 관련 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강하게 경고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당대회 같은 큰 정치 행사 기간에는 특히나 처벌이 훨씬 무겁게 내려질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액막이나 방토를 제대로 해야 한 해 운수가 풀린다는 인식이 워낙 강해 미신 행위가 이어졌다”며 “당대회가 끝난 이후 (정월)대보름까지 이런 미신 행위의 흔적은 계속해서 나타났다”고 했다.

북한은 형법 제291조에 “미신 행위를 한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상습적으로 미신 행위를 했거나 미신 행위로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3조와 제29조에는 미신 전파 금지에 대해 명시해 놓고 있다. 미신을 설교한 출판선전물을 시청·유포하거나 재현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최대 사형에도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각종 법률을 통해 미신 행위를 단속하고 있음에도 관련 행위는 오히려 줄어들기보다 음지의 영역에서 꾸준하고 활발하게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은 “미신 행위는 주민들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어 단속이 강화될수록 사라지기보다 더 깊이 더 은밀한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심지어 단속을 진행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까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점집을 찾고 미신 행위에 극성이니 단속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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