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9차 당대회에 앞서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을 열고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목표 초과 달성을 대대적인 성과로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준공식 행사를 위한 밀어붙이기식 공사로 건설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전언이다.
26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당대회 개최 일정에 맞춰 준공식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한겨울 혹한에도 내내 공사가 이어졌고, 촉박한 마감 공정 일정에 건설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 내몰렸다.
마감 공정을 정해진 기한 내에 끝내려면 살림집 건물 외벽을 박막과 방수포로 감싼 상태에서 일정 온도를 유지하며 미장과 도장, 타일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 때문에 내부의 난방 연소가스와 마감재에서 발생하는 화학성 유해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갔던 건설 노동자들은 산소 부족에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설 지휘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노동자들을 계속 작업에 내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태는 북한의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반복돼 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마감 압박 때문에 환기 등 적절한 절차도 이뤄지지 않고 노동자들의 휴식도 보장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가스와 냄새에 숨이 막히고 머리가 핑 도니 마감 공정을 진행하는 작업자들이 하루에도 여러 명씩 픽픽 쓰러졌다”며 “행해진 조치라고는 쓰러진 작업자를 밖으로 끌어내 흙바닥에 눕혀 숨을 돌리게 하거나 숙소로 옮겨 잠시 쉬게 하는 것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제대로 된 의료 처치 대신 김칫국물에 맛내기(조미료)를 풀어 먹이는 식으로 대처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작업자들이 이를 일상처럼 받아들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김정일 생일 기념일이었던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건설 준공식이 화려하게 열렸지만, 공사 현장의 상황을 아는 주민들 속에서는 “건설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행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주민들은 준공식 이틀 뒤인 18일 화성지구 5단계 건설 착공식이 열린 것에 고개를 내저었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런 공사 한번만 해도 골병이 들 지경인데 몇 년씩 공사가 반복되고 또 공사를 한다고 하니 신물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며 “누군가의 남편, 자식을 희생시켜 누군가의 치적을 쌓는지 욕이 다 나오는데 욕은 고사하고 싫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이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가시적 성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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