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병 여파인가…입대 앞둔 학생들 노래 녹음해 부모에 선물

'목소리라도 남기자'는 의미에서 고급중학교 졸업반 학생들 사이에 생겨난 新 문화…불안 심리 반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김정은 동지께서 2월 13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는 주창일 당 중앙위원회 부장과 건설에 동원된 군부대지휘관들 등이 동행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올해 봄 입대를 앞둔 북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남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이 직접 불러 녹음한 음악 파일을 부모에게 건네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의 사례를 지켜본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평성시 일대 고급중학교 졸업반 남학생들 속에서 MP3 같은 오디오 기기에 자신들이 부른 노래를 녹음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이는 군에 입대하기 전 부모들에게 특별한 선물로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평성시의 한 고급중학교 졸업반 남학생들은 한데 모여서 노래 연습을 하고, 기타 반주가 가능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돌아가며 각자 가지고 있는 MP3 플레이어에 노래를 담고 있다.

이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이며, 수년간의 장기 복무 구조에 러시아 파병이라는 요인이 맞물리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러시아 파병 전사자 가족들에게 남은 것이 고작 사진뿐이라 주민들 속에서 참 가슴 아프다는 말이 오가는데, 이를 지켜본 학생들이 부모들을 생각해 목소리라도 남기자라는 의미에서 노래를 녹음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는 자신들도 파병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한 준비 차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양강도 혜산시에서도 포착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고급중학교 졸업반 남학생들이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기기를 구하느라 장마당을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며 “대체로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노래를 녹음하고,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MP3 같은 기기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기기를 사는 목적은 군대에 가기 전에 자신들이 부른 노래를 수십 곡씩 담아 부모에게 선물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경우에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기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불러 녹음한 노래를 부모에게 선물하는 게 하나의 유행이자 입대 전 필수적인 관문처럼 인식되면서 어떻게든 기기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올해는 군 복무를 앞둔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과거에는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인식이었다면 올해는 영영 돌아올 수 없다는 공포와 불안심리가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부모들도 자식이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며 소란을 피워도 딱히 나무라지 않는다고 한다.

소식통은 “자식이 군대에 가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부모들은 그저 마음껏 놀게 두자는 심정 두자는 심정”이라며 “자식이 자신들을 위해 노래를 준비하고 연습한다는 것을 알고는 기특해하면서도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에서는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내세우며 가족에게 평양 거주권을 부여하는 등 예우하고 있으나 상실의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군입대를 앞두고 부모에게 남길 노래를 준비하는 자식들, 그런 그들을 그저 내버려두는 부모들만 봐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들이 녹음하는 노래는 주로 부모가 평소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나 ‘어머니의 행복’,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 생각’ 등 어머니를 주제로 한 서정적인 곡들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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