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최고검찰소가 평양의 중앙대학들과 지방의 주요 대학을 담당하는 검찰소들에 ‘형사소송법상 소송관계자 변경 신청 제도의 철저한 이행에 대하여’라는 긴급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최고검찰소는 지난달 19일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평양의 중앙대학들과 지방 주요 대학들의 담당 검찰소들에 긴급 지시문을 내렸다”며 “이번 지시문의 핵심은 사문화됐던 형사소송법의 소송관계자 변경 신청 관련 규정 즉, 검사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대학 내 사건에 한해 파격적으로 활성화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대학생들 속에서 발생하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보고와 함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학 담당 검사들이 학부모의 배경이나 뇌물에 휘둘려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실도 중앙에 보고된 것이 이번 지시문이 내려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에 다니는 간부 자녀들이 사건에 연루되면 담당 검사들이 뇌물을 받고 덮어주는 것이 일상적인데, 이번 지시문은 바로 이런 현상을 법적 제도를 통해 원천 봉쇄하겠다는 중앙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특히 지시문에는 “썩어빠진 싹은 잘라내라”, “간부 자녀도 사상이 썩었다면 모두 다 혁명화시키라”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여움 깃든 강력한 요구도 담겼다고 한다. 이에 이번 지시는 단순한 행정 지시가 아니라 검찰 내부를 정화하라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발단은 관련 사건을 맡은 한 중앙대학 담당 검사가 유력 고위 간부의 자녀를 수사선상에서 제외하고 힘없는 대학생에게 덮어씌우고 사건을 축소하려다 중앙당 검열에서 적발된 것이다.
해당 검열의 내용을 보고 받은 김 위원장은 “청년들은 당의 후비대인데, 대학 담당 검찰일꾼들이 썩은 싹을 도려내기는커녕 돈 몇 푼에 양심을 팔아 혁명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법전에 있는 ‘수사관 변경 신청권’을 장식품으로 두지 말고, 부정한 냄새가 나는 검사는 즉각 갈아치울 수 있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북한의 형사소송법은 소송관계자를 바꿔줄 데 대한 신청과 그 처리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2025년 2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특정 사유에 해당되거나 규제된 의무를 위반한 소송관계자를 바꿔줄 데 대한 신청을 할 수 있고(제20조), 이 신청을 받은 수사원, 검사, 검찰기관의 단위책임자는 3일 안으로 처리해야 한다(제21조).
소식통은 “과거에는 검사 교체를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검사 개개인들의 권한이 강했고, 신청해도 묵살되기 일쑤였으나 앞으로는 이 법적 제도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검사 교체 신청 권한을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학 당위원회와 청년동맹에도 부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대학 당위원회나 청년동맹도 담당 검사가 특정 학생을 봐주려는 기색이 보이면 즉시 법적 근거를 들어 검사 교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청년들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체제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을 근거로 간부 자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을 뿌리 뽑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지시문이 내려온 뒤 대학 담당 검찰소들은 초비상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 언제든지 교체 신청이 들어올지 모르니 학생 사건을 처리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일고 있으며, 뇌물을 받고 살아온 검사들 속에서는 “이제 담배 한 보루 받기도 무서운 세월이 됐다”며 망연자실하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