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은 ‘썩은 달’…北 주민들, 미신 때문에 장 안 담근다

"음력 12월에 장 담그면 액운 따른다" 미신 팽배…주민들 그전에 서둘러 메주 쑤기, 뜨기 끝내

북한 주민들이 메주를 쑤는 모습. /사진=이미지 생성 AI ‘ChatGPT’

북한에서 미신은 비사회주의 행위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는 미신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음력 12월에 장을 담그면 액운이 따른다’는 미신에 올해도 메주 쑤기와 뜨기를 서둘러 끝낸 주민이 많았다고 한다.

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우리나라에서 음력 12월은 ‘썩은 달’로 여겨져서 이때 장을 담그면 안 된다는 미신이 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지난 19일(음력 12월 1일) 전까지 서둘러 메주 쑤기와 뜨기를 끝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 사회에는 음력 12월에 장을 담그면 그 한 해 동안 집안의 운이 풀리지 않고 우환이 따른다는 미신이 자리잡혀 있다. 음력 12월은 기온이 낮고 습도가 불안정해 메주 발효가 원활하지 않아 메주 뜨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축적된 오랜 경험이 미신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미신은 거의 모든 세대가 믿는데, 실제로 나이가 많은 어른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올해 음력 12월이 되기 전에 메주 쑤기와 뜨기를 재빠르게 마무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젊은 세대는 ‘탈이 난다’, ‘일이 안 된다’는 말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니 젊은 사람들이 부모 세대보다 미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신을 따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혜산에 거주하는 신혼 1년 차 30대 A씨는 “미신적으로 나쁘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진 것들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생활이 넉넉하지 않고 모든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 더 미신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 담그기 같은 것은 한 해 운과 관련이 있으니 더 조심하게 된다”며 “1월 19일 전까지 메주 뜨기를 끝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고, 음력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2월 16일 이후에야 메주를 쑤겠는데, 그때는 너무 늦어 이번에는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 역시 “음력 12월에 장을 담그면 집안에 나쁜 운이 들어온다는 말은 어린아이에게 물어봐도 알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며 “잘사는 집이든 못사는 집이든 형편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가정에서 이런 미신을 믿고 그에 따라서 음력 12월을 피해 장을 담근다”고 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메주에 핀 곰팡이의 색깔로 한 해 운세를 점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익균인 흰색이나 노란색 곰팡이가 피면 한 해 운이 좋은 것으로, 유해균인 푸른색이나 검은색 곰팡이가 피면 한 해 운이 나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메주를 뜨는 과정에 각별한 정성을 들인다는 전언이다.

이런 미신이 신경 쓰여 아예 콩으로 메주를 쑤지 않고, 메줏가루를 사서 장을 담그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집에서 직접 메주를 쑤기보다 재주가 좋아 메주를 잘 쑨다고 소문난 주변 이웃들에게 돈을 주고 주문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주민마다 장을 담그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미신을 근거로 음력 12월에는 장을 담그지 않는 관습만큼은 변하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각 지역 식료공장에서 생산된 된장이나 간장이 상점들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구매하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식료공장에서 생산된 장은 집에서 개인이 담근 장과 비교가 되지 않아 식료공장에서 눅은(싼) 가격에 장을 내놓아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