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당대회 앞두고 선전물 점검·보수 강조…간부도 주민도 ‘진땀’

제때 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부들 문제시…도색 작업에 필요한 자재·비용은 주민들이 부담해야

북중 접경지역에 내걸린 ‘자력갱생’ 구호판. /사진=강동안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이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선전물 관리·보수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각 단위의 간부들은 행여나 검열에서 문제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말단의 노동자들은 관련 비용이 전가되는 것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23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함경남도 고원군에서는 한 농장의 리당비서가 선전물 관리 부실을 이유로 해임 직전까지 몰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15일 고원군 당위원회 선전선동부가 군내 모든 공장·기업소와 농장들에 선전물 점검·보수를 지시했는데, 이후 군당 선전부 일꾼들이 각급 단위를 돌며 검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리당비서가 농장 관리위원회 선전실 등에 비치된 ‘말씀판’과 ‘속보판’을 제때 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시된 것이다.

소식통은 “군당에서는 리당비서를 바로 해임시키려 했으나 농장 관리위원장이 ‘대체할 인원이 없다’며 군당에 거듭 사정해 간신히 해임을 면했다”며 “결국에는 군당에 불려 가 사흘간 비판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상급의 지시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시범뀀에 걸려 바로 자리를 내놓게 될 수 있다”며 “리당비서 자리는 작게나마 ‘먹을 알’이 있는 자리라 이번 군당의 검열에 리당비서들이 혹여나 문제시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이렇듯 현재 북한에서는 9차 당대회라는 큰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통상적으로 3~4월에 진행되는 선전물 도색 작업이 한겨울인 1월에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보통은 매년 3~4월 봄철 위생 월간에 선전물 도색 작업이 이뤄지는데, 당대회 때문에 이번에는 1월부터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며 “봄에 가면 어차피 다시 또 해야 할 일인데, 왜 이중으로 하느냐는 뒷말이 많다”고 전했다.

더욱이 상부에서는 도색을 다시 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 작업에 필요한 붓이나 페인트, 래커 등 기본 자재는 각급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라, 이 역시 불만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색 작업에 필요한 비용이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앞서 고원군의 한 광산에서는 “도색에 필요한 물자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일주일간 물자 구입 시간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자 결국 광산은 노동자 전원에게 1인당 1000원씩을 강제 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특히 직관판 보수 작업 같은 것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직관원이 있어야 가능한데 공장 직관원들도 담배 한 갑이라도 챙겨주는 작업장에 먼저 간다”며 “직관원이 늦게 오면 보수 작업이 늦어지고, 보수 작업이 늦어지면 비판을 받으니 결국 직관원들 챙겨줄 것도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각종 세외부담에 시달려 아등바등 모은 돈이 계속 새어 나가니 사람들이 염증을 느낀다”며 “국가가 행사 준비로 떠들썩하지만, 이럴 때마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또 털리겠구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