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사건과 관련, 북한이 내부 강연을 통해 이를 ‘미국의 불량배적 행위’로 비판하면서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다시금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5일 오후 함흥시 회상구역에서 교원 대상 강연회가 열렸다”며 “강연의 주제는 핵무장의 정당화였고, 강연자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했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국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강연자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사건에 대해 “미국의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불량배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 곳곳의 분쟁과 미국의 침략 행위가 강화되는 만큼 우리는 핵무력을 천백배로 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강연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현명한 영도 아래 우리는 이미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적들은 감히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고 선전했다.
그런가 하면 강연자는 지난달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그린빌함의 부산항 입항 사실을 거론해 “미국의 핵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미국의 모든 움직임은 우리를 향한 항시적 핵 위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연은 북한의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다시금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열렸지만, 당국의 의도와 달리 강연에 참석한 함흥 회상구역의 교원들은 그보다 마두로 대통령이 실제로 미국에 붙잡혔는지에 더 주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 소식통은 “반복되는 핵무장 정당화에 대한 것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라는 국제정세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함흥청년전기기구공장에서도 같은 취지의 강연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강연은 역시 핵무력 강화의 필요성과 우리의 높아진 국력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며 “다만 강연에 참석한 청년들은 그런 내용보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정말 납치된 것이냐며 사건의 사실 관계에 더 주의했다”고 전했다.
청년들 속에서는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납치할 수 있느냐.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은 정말 큰 나라긴 큰 나라다”라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교원들도 청년들도 강연에서 매번 들었던 정치적 구호나 선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사건 자체에 더 관심을 보였다”며 “오히려 이번 강연은 국가의 의도와 다르게 미국이 얼마나 힘 있는 나라인지 주민들이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한 직후인 4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의 문답 형식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베네수엘라에 감행된 미국의 패권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 침해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영토 완정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낙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북한은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에는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한 소식을 일절 싣지 않으면서도 내부 강연회를 통해 이를 언급하면서 핵 개발의 당위성을 선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중 국경 지역에서 외부 소식으로 베네수엘라 사태를 접한 주민들 속에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과 같은 사건은 우리 조선(북한)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서워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라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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