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의료 사각지대’ 놓인 중국 내 탈북민들…우울감도 극심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질병 앓는 탈북민들, 정신적·심리적 고통 호소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에 설치된 ‘주의사항’ 팻말. 이곳은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과 마주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해가 바뀌었지만,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민들은 여전히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한계로 인해 심각한 질병에 걸려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위급한 상황에도 병원에조차 갈 수 없는 처지에 중국 내 탈북민들의 우울감도 짙어지고 있다.

14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지린성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 여성 A씨가 폐결핵과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당장 치료가 시급하지만, 신분이 없다는 장벽 때문에 병원 치료가 불가능해 사실상 집에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몇 달 전부터 마른기침과 가래, 미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여왔다. 초기에는 감기로 생각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었으나 날이 가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지난달 말 병원 의사와 친분이 있는 중국인 남편의 지인을 앞세워 병원을 찾았다. 신분증이 없는 탈북민들은 본래 병원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의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면 남몰래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A씨도 남편의 지인에게 비용을 주고 병원에 가서 간신히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받게 됐는데, 그 결과 중증 폐결핵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즉각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으나 신분 문제로 입원이 불가해 A씨는 현재 집에서 약만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신분이 있으면 약도 보험이 적용돼 비교적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데, A씨의 경우에는 신분이 없으니 설령 약국에서 약을 산다고 해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약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A씨는 상당한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상은 갈수록 악화하는데 병원에서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 약값 지출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 극심한 우울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식통은 “몸이 아프니 고향에 있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지고,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한다는 미안함과 죄책감 또한 덩달아 커져 A씨는 지금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대로 그냥 죽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은 그의 우울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약을 먹어도 병이 나아지기 어렵고 오히려 상태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에 사는 대부분의 탈북민이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A씨와 마찬가지로 의료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이는 A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내 탈북민들이 처한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질병으로 고통받는 탈북민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니 이런 것 때문에라도 한국에 가고 싶어 하지만 이 또한 북송이라는 위험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