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퇴비 전투’…대가 없는 노동에 올해 유독 불만 극심

장마당까지 닫고 퇴비 생산·운반에 주민 총동원…"1월만 되면 온 나라가 거름 냄새로 진동해"

북한 주민들이 퇴비를 모으고 있는 모습.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 홈페이지 화면캡처

새해 들어 북한 전역에서 어김없이 ‘퇴비 전투’가 시작됐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일부터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내에서 학교, 인민반, 직장 등 각 단위에서 새해 첫 전투인 퇴비 전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만성적인 화학비료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인분과 가축 분뇨를 활용한 퇴비 생산을 장려해 왔다. 이에 따라 매년 12월 말이면 직장과 인민반, 학교 등을 통해 모든 주민들에게 퇴비 생산 과제가 하달되고, 새해 초에는 이를 ‘새해 첫 전투’ 명목으로 집단 운반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

실제 올해 함경북도에서는 1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장마당 문까지 닫은 채 소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주민을 퇴비 생산과 운반 작업에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 역시 “최근 숙천군을 비롯한 도내 시·군들에서 인민반 단위로 거름을 모아 농장에 내라는 내용의 포치(지시) 사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각 인민반 세대가 내야 하는 퇴비의 양은 세대 인원수에 따라 다른데, 보통 1인당 60㎏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기업소와 학교 등에서도 퇴비 과제가 내려지기 때문에 사실상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양은 100㎏ 안팎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년 연초가 되면 온 나라가 거름 냄새로 가득 찬다”며 “매년 1월은 냄새 때문에 일도,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러한 퇴비 동원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양곡판매소를 통한 식량 판매제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장마당에서의 개인 쌀 판매를 단속하면서 국가가 설치·운영한 양곡판매소를 통해 식량을 유통·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초반에는 양곡판매소에서 장마당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판매했지만, 현재는 장마당 시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소식통은 “쌀을 비싼 가격에 팔면서 왜 퇴비 생산과 운반에는 무상으로 주민들을 동원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며 “주민들은 식량 배급제에서 판매제로 전환된 상황이라면 퇴비를 생산하고 운반한 데 대해서도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느냐는 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쌀은 비싸게 팔면서 퇴비는 공짜로 요구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은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 속에서도 나오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아무리 힘들게 퇴비를 모으고 운반해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고, 눈앞에 놓인 것은 비싼 가격에 식량을 사 먹어야 하는 현실뿐이니 허탈감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매년 모아 내는 퇴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할당량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보니 사람들이 인분이나 가축의 분뇨에 잘 썩지도 않는 풀이나 탄재, 흙을 섞는데, 이렇게 만든 거름은 밭에 뿌려져도 거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매번 공장에서 비료를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차라리 수입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지만, 이는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 소식통은 “퇴비 전투만 없어져도 살 만한 사회가 될 것 같다”며 “1월만 되면 사람들이 인분이나 가축 분뇨를 구하러 다니고, 거리마다 거름이 쌓여 있어 온 나라가 냄새로 진동하니 이게 얼마나 한심한 일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