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독보 시간에 전달된 김정은 신년경축연설에 노동자들 ‘싸늘’

독보 끝나자마자 자리 박차고 나가…소식통 "희생과 헌신 강요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 드러낸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6년 신년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1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평양에서 열린 신년경축 공연에서 한 연설문이 이튿날인 2일 각 공장·기업소 아침 독보 시간에 일제히 전달된 가운데, 노동자들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내 공장·기업소들에서는 2일 아침 독보 시간에 노동신문에 실린 김 위원장의 신년경축연설 내용이 전달됐다.

그런데 한 공장에서는 이날 독보 시간이 끝나기 바쁘게 노동자들이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통상 독보 시간은 직장장이나 작업반장으로부터 당일 과업에 대한 지시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게 관례지만, 이날은 노동자들이 자리를 뜨는 바람에 이런 과정이 사실상 생략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이 독보 시간이 끝나기 바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연설문의 내용에 심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라면서 “또 어떤 새로운 건설과 증산 과제가 내려올지에 대한 부담감에 대부분의 노동자는 독보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연설문에서 노동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대목은 “벽두부터 방대한 일감을 두고 쉽지 않은 걸음을 떼야 했던 2025년에 우리가 믿은 것은 오직 인민의 애국 충심이었고, 미증유의 투쟁기로 엮어진 온 한 해를 줄기차게 떠밀어온 진정한 동력도 인민의 힘”이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결국에는 애국심과 충성심을 계속 발휘하라는 요구가 아니겠냐”며 “대가나 보상이 전혀 없는 동원이 지속되는 데 대한 불만이 가득한데, 이것을 인민의 힘으로 포장하고, 앞으로도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회령시는 김정숙 어머님(김일성의 부인, 김정일의 생모)의 생가가 있는 지역으로, 주변의 다른 시·군에 비해 비교적 여건이 나은 편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은 최근까지 이어진 동원으로 누적된 피로감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나 일부 노동자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경축연설이 힘들었던 2025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넘어 거부감까지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실의 냉담한 반응과 달리, 북한 매체는 “신년경축연설에 접하고 온 나라 강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반향을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기사에서 “이 땅의 민심은 지금 인민을 제일로 사랑하시고 위대한 인민, 훌륭한 인민으로 높이 떠받들어주시는 그이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앞당기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용감하게 분투해 갈 보답의 열망으로 끓어번지고 있다”며 노동자·농민·청년·과학자·체육인 등 각계각층이 눈물과 격정으로 화답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