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차가 곡식 싹쓸이”…룡천군 일대 농장서 ‘분배 실종’ 사태

생산량 80% 이상 상납한 곳 많아…분배 제도 개선해도 결국 농장에 남은 것이 없으면 못 받는 구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월 23일 “농촌진흥의 새시대와 더불어 흐뭇한 다수확 소식들이 연해연방 전해지고 있는 속에 각지 농촌들에서 올해의 결산분배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안북도 룡천군 일대 농장들에서 올해 가을걷이 이후 결산 분배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국가가 요구하는 계획수매 비율이 크게 늘었고, 대부분이 군량미로 빠져나가면서 농장원들 몫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17일 “룡천군의 여러 농장들 가운데 올해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상납한 곳이 많았다”면서 “농장에 남은 양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은 곳도 있는데, 이런 곳들은 현금과 현물 분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장원들이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룡천군 지역은 수확기부터 8군단 소속 군인들이 상주하면서 탈곡 현장을 지켰고, 탈곡되는 즉시 군용차가 들이닥쳐 곡식을 싹 실어갔다”면서 “식량난 심화 속에서 군대 식량을 우선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룡천군의 한 농장에서는 공식적으로 세대당 농장원 1명 기준 100kg, 부양가족 40kg 분배 방침이 세워졌지만, 실상은 그 절반도 분배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농장에 남은 몫이 거의 없어 분배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면서 “나중에 ‘남은 절반을 더 주겠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농장에 남은 게 없는데 뭘 어떻게 준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농장원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2024~2025년 개정 결산분배법과 노동보수법에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은 더 많이 분배받는다는 점을 명시했지만, 룡천군 일대 농장들에서는 사실상 이 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즉, 분배 제도를 개선해도 결국 농장에 남은 것이 없으면 분배받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소식통은 “여기서는 차등 지급이 의미 없다. 농사가 잘된 농장이나 교시 단위에서만 이야기되는 말”이라면서 “농장원들은 분배라기보다는 그냥 몇 달치 배급을 받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 사람들은 장사라도 하지만 농장원들은 오직 농사만 하고 사는데, 분배된 게 없으니 어떻게 살겠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룡천군 내에 ‘시범농장’으로 지정된 다른 농장에서는 세대당 최대 700kg, 현금 50만 원까지 분배된 사례도 있어 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은 농장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북한 평안북도 룡천군 장산농장의 노인분조가 적은 분배량에 이의를 제기해 작은 소란이 빚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장산농장의 노인분조, 적은 분배량에 이의 제기해 ‘잡음’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