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지 농사 검열 들어오자 민가 돌며 콩 마대 빌린 국경경비대

주민들 빌려줘도 부담, 안 빌려줘도 부담…군인들은 운반 과정에서 일부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하기도

북중 국경 지역인 북한 함경북도 남양 일대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 25여단 소속 한 부대가 상부의 부업지 콩 농사 실적 겸열을 앞두고 인근 주민 집들에서 콩이 담긴 마대를 빌려와 부족분을 메우는 식으로 눈가림식 대처에 나선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군인들이 주민 집들의 콩을 제대로 되돌려주지 않고 일부를 빼돌려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 하는 일이 발생해 군민관계 악화 분위기가 나타났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경비대 25여단 지휘부는 지난달 말 산하 부대별로 부업지 콩 농사 실적 검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3대대 소속 한 중대는 콩 농사 수확량이 크게 모자란 것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결국 간부들이 검열이 시작되기에 앞서 인근 마을의 주민 집들을 돌며 사정해 콩이 담긴 마대를 빌려 메우는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는 오래전부터 군부대별로 부업지를 가꿔 부족한 식량과 부식물을 자체 조달하는 체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콩 농사 역시 이런 부업 활동의 일환인데, 여단 지휘부는 매년 부대별로 콩 농사 계획분을 제시하고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실적을 총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부업지 농사지만, 총화 결과가 곧 부대 지휘관들의 역량 평가로도 이어지는 구조여서 지휘관들이 총화에서 실적 미달로 지적을 받지는 않을까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단순 허위 보고로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여단 지휘부가 직접 현장에 내려와 검열한다는 통보가 있었다”며 “이에 중대 지휘관들이 서둘러 인맥 있는 사민(민간인)집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중대 지휘관들의 이런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중대장이나 중대 정치지도원과 연줄이 있는 사민들은 부탁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며 “가뜩이나 군부대와 가까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괜히 군 간부들과 관계가 틀어지면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빌려줘도 부담, 안 빌려줘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검열이 끝난 뒤 마대를 빌려온 그대로 다시 돌려주겠다는 중대 간부들의 말에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빌려줬으나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군인들이 일부를 빼돌려 술, 담배 등과 바꾸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 “뭘 기대했느냐”며 체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주민은 이번 사건이 군에 주민들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군민관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군인들의 농작물 빼돌리기가 군의 부업지 운영 과정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소식통은 “군 부업지에 해마다 강냉이(옥수수), 감자, 남새(채소) 등을 심는데, 부업지에 나간 군인들은 이런 작물들을 몰래 시장에 내다 팔며 군 복무를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식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행위는 사실상 군 내부에서는 이미 하나의 생존 방식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