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서 공개재판 잦아져”…9차 당대회 앞두고 ‘조용한 공포통치’

개인 간 외화 거래 행위 등 문제시돼…시장에서는 경제 제재에 대한 공포 확산 "감옥보다 벌금이 무섭다"

평양시 평천구역 일대의 한 시장에 펼쳐진 상품들. 곳곳에 진열된 일본산 제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최근 공개재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처형 등 극단적 처벌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북한 당국이 내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의 각종 규율 위반 행위를 공개적으로 다루며 ‘조용한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11일 “최근 두 달 사이에 평성시 당위원회 앞 광장에서 공개재판이 수차례 열렸다”면서 “사람을 불러세워 죄를 폭로하는 방식의 공개재판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정부는 금지 품목 판매와 규제된 상품의 비허가 유통, 그리고 비사회주의적 외화 흐름 전반을 ‘사회기강을 흐리는 현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이러한 행위들을 겨냥한 적발·통제 및 공개 폭로 작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재판은 범죄의 유형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당국이 주민들에게 “이런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상징적인 조치로, 공포심을 활용한 주민 통제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평성시에서 공개재판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로 ‘9차 당대회를 앞둔 내부 기강 잡기’로 보고 있다. 경제난에 따른 내적 불만과 사상 이탈 심화 등 주민 사회 내부 동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대규모 정치적 행사를 앞두고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통제 수위를 높여 긴장감을 조성하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9차 당대회 앞두고 기강을 다지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며, 대회 때까지는 계속 이런 기강 잡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공개재판을 열어 일부러 ‘조용한 공포’를 퍼뜨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평성시에서는 시장에서 콩기름을 파는 한 상인이 단속에 걸려 공개재판을 받은 사례가 주민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 상인은 대량으로 콩기름을 유통하고 또 이를 시장에서 판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외화를 취급한 것으로 문제시됐다고 한다. 당국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 간 외화 거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대량으로 물건을 다루는 장사꾼치고 외화를 손에 대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대부분의 장사는 모두 외화와 얽혀 있다 보니 단속이 강화될수록 시장 분위기가 더 경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개인 간 외화 거래에 대한 단속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원들은 형사 처벌보다 거래액을 몰수하는 방식의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질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장 상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제재 역시 벌금 조치라고 한다. 가뜩이나 수입도 적은데 수십만원대 벌금은 사실상 생계를 뒤흔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벌금 맞으면 장사 한두 달이 통째로 날아간다”며 “요즘 장사꾼들은 감옥보다 벌금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시장관리소가 상인들에게 전달하는 지시나 주의, 경고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시장관리소의 잔소리식 관리가 늘어나 장사꾼들이 상당히 피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