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학생·학부모들이 교실 난방 책임져야…땔감 구하려 산으로

시장 땔감 가격 폭등에 현금·현물 대신 하루씩 '불 당번' 서는 방식 택해…생나무 태우다 보니 연기에 고역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에 위치한 한 학교.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실 난방을 위해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시장의 땔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금이나 현물을 낼 대신 순서에 따라 돌아가며 하루씩 ‘불 당번’을 서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함흥시를 비롯한 도내 시·군 일부 학교의 학부모들이 산에 나무하러 다니고 있다”면서 “자녀들이 공부하는 교실 난방에 필요한 화목(땔감)을 학부모들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실 난방용 땔감 마련은 본래 학교나 지방 행정기관의 몫이지만, 그 부담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전가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올해도 난방용 땔감 마련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넘겨졌는데, 땔감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땔나무 1㎥당 가격은 북한 돈으로 20만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5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땔감 가격이 크게 인상되면서 담임 교원들은 미리 학부모들에게 회람장을 돌려 학생 개개인별로 할당된 양만큼을 현금으로 계산해 낼지, 현물로 낼지, 아니면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불 당번을 설지 선택하도록 하고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을 내겠다면 모인 돈으로 땔감을 구매하면 되고, 현물을 내겠다면 각자 정해진 분량의 땔감을 제출해서 교실 한편에 쌓아두고 겨우내 때면 된다. 그러나 현금도, 현물도 내지 못하면 학생별로 돌아가며 하루씩 불 당번을 서서 순서가 된 학생과 그 학부모가 하루치 난방용 땔감을 책임지는 방식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현금이나 현물을 내는 것이 주된 양상이었으나 올해는 땔감 가격이 너무 올라서인지 대체로 많은 학부모들이 불 당번을 서는 것을 택했다고 한다.

실례로 함흥시의 한 초급중학교 학급에서는 27명 중 8명이 현금을 제출했고, 나머지는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불 당번을 서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가정이 현금이나 현물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불 당번 순서가 되면 그날 하루 난방용 땔감을 책임져야 하는데, 돈을 주고 땔감을 사서 하루치 난방을 보장할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은 아예 직접 산에 올라 나무를 해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하루 이틀씩 결석까지 하면서 스스로 나무를 마련해 난방용 땔감을 보장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불 당번인 학생이 화목을 준비하지 못하면 그 학급은 하루 종일 추위 속에서 수업해야 한다”며 “학급의 하루 난방이 한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 더해 학생들까지 산으로 나서서 나무를 구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를 하다 산림감독원에게 단속되면 처벌도 받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이 20명 넘는 학급 전체의 난방을 책임진다는 것 때문에 나무하러 나설 수밖에 없다”며 “산림감독원들도 이런 사정을 들으면 대부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했다.

문제는 이렇게 산에서 급히 해온 나무들이 대부분 제대로 마르지도 않은 생나무라는 점이다. 생나무는 불이 잘 붙지 않는 데다 연기도 심하게 나 수업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마르지 않은 나무를 쓰면 연기 때문에 교실 안이 뿌옇게 되고 눈과 목도 아파(따가워)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한다”며 “사실상 난방 문제로 모두가 고역을 겪고 있는 셈인데, 이런 악순환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