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훈련 개시 이후 군부대 원호사업 활발…간부들 열과 성 보여

지방공업공장 생산품 원호물자에 대거 포함되자 주민들 "상점에 쌓인 재고품 처리하기 좋은 방법" 비아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3월 6일 “수많은 원군미풍열성자들이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사랑과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많은 원호물자를 마련하여 초소의 병사들에게 보내주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군이 1일부터 정례적인 동기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각급 당 조직들의 군 원호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호사업 실적이 곧 정치적 평가 지표가 되는 분위기에 너도나도 앞장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동기훈련이 시작된 이후 신의주시의 각급 당 조직이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를 찾아 원호물자를 전달하는 사업을 잇따라 조직하고 있다”며 “특히 8·3 노동자 비중이 높고 생산이 멈춘 비생산 단위의 당 조직일수록 연말 정치 총화를 의식해 더욱 실적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 송배전소, 화초사업소, 기상관측소, 영예군인편직공장 등의 당 조직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 이상 군부대를 찾아 나섰다.

각각의 당 조직들은 예년과 유사하게 통돼지 등 음식과 기본 청소도구, 학습 및 필기도구에 더해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즉석국수, 당과류, 음료 등 식료품과 장갑, 귀마개, 세숫대야 같은 생활용품들도 원호물자로 대거 준비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는 ‘상점들에 쌓인 재고품을 처리하기 좋은 방법이다’, ‘맛도 없고 질도 떨어져 중간에 빼돌려질 게 없으니 다 군인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렇다면 차라리 잘됐다’라는 비웃음과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중 의외로 군부대에서 반색한 물품도 있었는데, 바로 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세숫대야라고 한다. 실제로 군부대에서는 플라스틱 세숫대야의 내구성이 뛰어나 군인들이 세면은 물론 세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유독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올해 원호사업은 개개인 성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기보다 간부들이 직접 나서서 세외부담을 크게 줄여줬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위에서 아래에 원호물자 마련 세외부담을 전가했다가 괜히 노골적으로 불만이라도 제기되면 비판무대에 설 수 있다는 우려 같은 것이 작용해 간부들이 스스로 주머니를 털어 원호물자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주민들의 평가”라고 했다.

더욱이 원호사업이 사실상 각급 당 조직, 나아가 간부들의 정치적 충성심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간부들이 더욱 열과 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올해 로씨야(러시아) 파병 등으로 군이 유난히 부각된 상황에서 군부대 원호사업은 그 단위의 정치적 태도를 드러내는 평가 항목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군민관계 회복과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원호사업이 어느새 단위별 실적, 충성심 경쟁으로 변질됐지만 올해처럼 아래에 큰 부담도 주지 않고 군인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