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가족 겨냥 사기 급증…행방 알아봐 주겠다며 돈 뜯어내

집까지 팔아 돈 마련했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경우도…“국가가 생사라도 알려주면 이런 피해 줄 것”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탈북민 가족을 겨냥한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5일 “최근 혜산시에서 탈북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사기꾼들은 탈북한 가족의 행방을 모르는 탈북민 가족에게 접근해서 가족이 어디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며 돈을 뜯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민 가족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에 나선 이들은 “가족의 생존 여부는 물론이고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있는 경우 석방될 수 있도록 힘도 써주겠다”며 적게는 5만 위안(한화 약 1037만원)에서 많게는 10만 위안(한화 약 2074만원)의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혜산시에서 세 가정이 이런 꼬임에 넘어가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 특히 이들 중 한 가정은 ‘일주일이면 무조건 소식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살던 집까지 팔아 겨우 돈을 마련했으나 결국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하고 한지에 나앉게 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탈북민 가족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뭐라도 좀 알려달라고 재촉했는데, 소식을 알아봐 주겠다던 사람은 ‘그렇게 빨리 알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며 “지금도 이 탈북민 가족은 소식을 알아봐 준다는 사람을 매일매일 찾아가 애원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기 행각에 당하는 탈북민 가족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된 이들로 알려졌다. 일부는 탈북한 가족이 중국에서 강제북송됐다는 소식을 어렵사리 접했으나 강제북송됐다는 가족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살아는 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 행여나 잘못됐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 마음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북송된 탈북민 규모는 수백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렇게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을 상대로 한국행 시도, 종교 활동 등 반국가 행위 여부를 조사한 뒤 확인이 되면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정치범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탈북한 가족이 강제북송됐다는 소식을 접한 북한 내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바로 이런 탈북민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노린 사기 행각이 잇따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탈북민 가족들은 국가에서 가족의 생사 여부나 수감돼 있는 곳을 통보라도 해주면 이런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탈북하면 가족까지 이렇게 고생한다는 공포를 만들기 위해 국가에서 탈북한 사람들의 생사에 침묵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가족의 생사조차 모른 채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는 탈북민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돈을 마련해 가족의 행방을 알아보려 하지만, 돈만 잃고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야말로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게 여기(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