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활 개선 내세운 양식장 확대가 되레 주민 생활 어렵게 해

해안 대부분이 양식장으로 지정돼 해산물 채취도 불가능해져…"바닷가에 살아도 바다 맛을 못 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5월 26일 ‘바닷가 양식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해 여러 바닷가 양식사업소들이 이달 들어 매일 평균 수백톤(t)의 다시마를 수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옹진바닷가양식사업소.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바닷가양식사업소 건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조개나 미역을 줍던 해안까지 양식장으로 지정되면서 어촌 지역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강령·옹진·태탄군 등 바다를 끼고 있는 황해남도 도시들의 해안 전역에 양식장 경계 말뚝이 빽빽하게 박혀있다. 심지어 해안가 군(軍) 초소 앞의 위수구역까지 양식장이 들어선 곳도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2000년대 후반부터 바다 생산물이 나오는 대부분 지역이 양식장으로 됐지만, 지금처럼 군 위수구역까지 양식장으로 묶인 적은 없었다”며 “무분별하게 모든 해안을 양식장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래 군 위수구역으로 돼 있는 해안은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나 군인들이 주민들의 사정을 헤아려 위수구역 내 해안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일정 부분 허용해 주고, 주민들은 거기서 얻은 부산물을 군인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하지만 군 위수구역까지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더 이상 해산물을 채취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양식사업소는 자체적으로 양식장을 운영하기보다는 대부분 돈을 받고 개인에게 양식장을 임대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사실상 사유지 내 불법 경제 활동이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옹진군 바닷가 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파도가 심하게 친 다음 날 바다에 나가서 미역 줄거리나 조개 같은 것을 주워 오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떠밀려온 해산물을 주울 수도 없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양식사업소뿐만 아니라 군,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권력기관들도 자체적인 외화벌이를 위해 바다 양식 사업에 뛰어들면서 거의 모든 해안에 양식장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기관들까지 해안을 차지하고 경비를 세워 가며 주민들의 바닷가 출입을 통제·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어촌 지역 주민들은 “잘 먹고 살게 해준다더니 국가가 우리 생활만 더 막아놨다”, “어떻게 하는 일마다 우리 못살게 하는 일뿐이냐”, “바닷가에 살아도 바다 맛을 못 본다”라는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지역 특성과 자원에 맞게 바다 양식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바닷가를 낀 시·군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온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바다 양식 사업으로 얻는 이익은 양식장을 운영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가져가고, 현지 주민들은 그저 수확기에 동원돼 ‘삯값’이라고 불리는 소액의 일당만 받아 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해산물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던 어촌 지역 주민들은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해안 전체가 양식장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바닷가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됐다”며 “양식장 확대로 인해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게 바닷가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한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