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미철거 세대에 고액 벌금 부과…과도한 처사에 불만 쏟아내

높은 벌금 액수에 부랴부랴 파묘·화장 준비…빚 내서 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더 깊은 가난 내몰려

북한 추석 성묘
성묘가는 북한 주민들. /사진=강동완 교수 페이스북 캡처

최근 북한 국경 지역 야산에 조상 묘를 두고 있는 세대들에 고액의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벌금을 내리면서 파묘와 화장을 강요하고 있어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는 최근 야산에 조상 묘를 두고 있는 인민반 세대들에 벌금을 물리고 있는데, 벌금 액수가 너무 커서 해당하는 세대들이 서둘러 파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국경 지역 산에 묘가 즐비한 모습은 대외적 이미지를 흐린다는 이유에 더해 산에 나무를 심어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에 나무를 심는 경우는 드물어 주민들은 “산림 복구는 허울이고 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 속에서는 “밖에서 보기에 안 좋다고 묘를 파서 화장하라고 하고,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큰 벌금까지 물리는 것이 어이없다”, “그동안 산에 나무를 아무리 심었어도 얼마나 살아남았으며,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땔감으로 다 베어낼 것이다”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미 전부터 야산의 묘를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려왔고, 이에 호응한 주민들은 대부분 화장을 선택해 가루를 강물에 뿌리는 등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경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화장에 드는 비용조차 부담이 돼 당국의 눈치를 보며 파묘를 미뤄왔다.

그런데 최근 당국이 묘 철거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세대들에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며 강경하게 나서자, 부랴부랴 파묘와 화장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렸는데도 따르지 않는 세대가 많아 고액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파묘를 하고 화장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벌금액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니 해당하는 주민들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실례로 국경 지역 야산에 있는 조상 묘를 아직 철거하지 않은 회령시 한 인민반 세대들은 각각 2000위안(한화 약 41만원)씩의 벌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위안은 북한 시장에서 쌀을 400㎏ 넘게 살 수 있을 정도의 큰돈이라 과도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실제 해당 인민반 주민들은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벌금을 내라는 거냐”, “죽은 사람 묘를 없애겠다고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라는 거냐”라는 등 인민반장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고, 결국 인민반장은 이달 말까지로 벌금 납부 기간을 유예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벌금을 내느니 차라리 화장하겠다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화장 비용도 두 배로 올라 빚을 내서 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더 깊은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평안북도와 양강도 국경 지역에서도 조상 묘 미철거 세대들에 대한 벌금 부과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별로 부과되는 벌금액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이는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인민반의 경우에는 인민반 회의를 통해 이달 말까지 묘를 철거하지 않으면 1500위안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포치했다고 한다. 이에 해당하는 세대들은 역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강도 소식통은 “화장하는 데도, 화장 날짜를 받는 데도 돈이 들어 빚만 늘어난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파묘나 이장이 집안의 ‘운’과 연결된 중대한 일로 여겨져 주민들은 반드시 사전에 점쟁이를 찾아가 돈을 주고 ‘좋은 날짜’를 받는다. 이렇게 점쟁이에게 날짜 받는 값을 치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액막이’ 비용까지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인민의 세상이고 인민을 위한 나라라고 선전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주민들에게 묘 철거를 안 했다고 고액의 벌금까지 내리는 게 여기(북한) 현실”이라며 “이게 과연 인민의 나라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