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어보는 ‘피팅룸’ 만든다며 또 학부모에 돈 요구한 학교

가뜩이나 교복 공급 과정에서 많은 부대 비용 냈는데, 피팅 공간 마련하다며 돈 걷자 학부모들 아우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8일 “새 학년도를 맞아 수도 평양으로부터 두메산골과 외진 섬마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소학교, 대학 신입생들에게 일제히 교복과 신발, 가방이 공급되고 초급중학교 신입생들에게 교복이 공급됐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학생 교복 공급을 전국가적인 중요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며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대사랑’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학교 현장에서 교복을 입어볼 수 있는 일종의 ‘피팅룸’ 공간을 마련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어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혜산시의 한 소학교에서 지난 15일 교복을 입어보는 공간을 만든다며 학급당 (북한 돈) 2만원을 내라는 지시를 내려 학부모들이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학교가 뜬금없이 교복을 입어보는 공간을 마련한다며 돈을 걷고 나선 것은 최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와 연관이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앞서 4일 학용품공장과 교구비품공장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한 김 위원장은 공사 지연을 지적하고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오는 12월 전원회의에서는 매번 국사 중의 국사로 중대한 의미가 부여된 중요정책 사업들이 몇 년간이나 차요시(등한시)되고 방치된 원인을 엄격히 총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학용품·교구비품뿐만 아니라 교복 공급도 국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관련 정책 사업 중 하나인데, 행여나 학교가 교복을 입어보는 공간조차 제대로 꾸려놓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지적을 받을까 봐 전원회의 전에 부랴부랴 공간 만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혜산시의 해당 소학교 담임 교사들은 “학생 1인당 2000원을 균등하게 내라”고 지시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학부모는 직접 학교장을 찾아가 “우리 아이 학급은 30명인데 인당 2000원씩 내면 총 6만원이 아니냐. 학급당 2만원만 내라는데 왜 더 많은 돈을 걷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항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학교장은 별일 아닌 것으로 항의를 듣게 했다며 담임 교사들을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학교가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외부담을 요구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더 많은 돈을 거두면 나머지 금액은 담임교원 몫이 된다는 걸 학부모들도 모르지 않는다”며 “요즘처럼 생활이 어려운 때에는 이런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부모들은 “교복을 입어보는 공간은 천으로 대충 둘러 만드는 것인데, 거기에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학급당 2만원씩이나 거두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소한 것에까지 돈을 내게 한다는 점이 불신을 키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교복 공급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부가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욱 불만이 많은 것”이라면서 “소학교 교복의 국정가격은 1만 3000원이지만 피복공장 차량의 교복 운반비, 피복공장 종업원들의 학교 방문 중 식사비, 가봉비, 수선비 등을 모두 학부모들이 떠맡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복 원단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공급에 연관된 모든 비용이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니 학부모들 속에서는 ‘결국 개인이 시장에서 만들어서 입히는 야매 교복값이나 다를 게 없다’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