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어머니당’이 식량 갈취?…농민 옥죄는 정치학습의 덫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월 29일 평안남도 문덕군 일꾼(간부)들과 농업 근로자들의 벼가을 계획이 넘쳐 수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노동당이 학습과 강연회에 참여하지 않은 농민들에게 식량 분배 몫을 삭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3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의 어느 농장 당비서가 “선전선동부의 지시”라며 강연·학습에 불참한 농민들의 노력 공수(노동 일수나 강도에 따라 측정한 총량)를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이로 인해 상당수 농민이 올해 곡식 분배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북한 농촌에서 ‘올 곡식’은 단순한 생산물이 아니라 ‘식량난’을 넘기기 위한 생존용 식량이다. 농민 입장에서 “농사일을 성실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지만, 정치학습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생존을 위한 식량이 줄어드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 노동당의 농촌 정책에서 1차 과제는 농민들의 ‘사상 개조’다. 이를 위해 각종 학습·강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모든 구성원이 예외 없이 참여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농민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결석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소식통은 현재 농장 학습·강연 출석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참여 인원이 적어 행사를 미루는 사례도 잦다고 전했다. 결석 사유의 상당수는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농민들이 사상개조용 정치학습에 관심이 없거나, 강제해도 생계가 우선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2025년 5월 29일 채택된 ‘노력관리법’이다. 이 법은 명목상 주민들의 ‘노력 동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설명되나 실제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이번엔 노동력 관리·통제…북한 ‘노력관리법’ 일부 입수)

비(非)전문적인 주민들은 농촌에 파견돼 단순노동과 지원 업무에 동원되는 반면, 정작 농사를 전문적으로 짓는 농민들은 정치학습에 필참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고 있다. 그 결과 농업 생산의 핵심인 숙련된 농민이 논밭에서 손을 떼고 강연이나 집체학습에 끌려다니고, 생산성과 생활 모두가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무엇이 진정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새벽부터 공동노동에 나서고, 늦은 저녁까지 가계 생계를 위해 일하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정치학습을 통한 사상개조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선전선동부가 ‘어머니당’의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학습 불참조차 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존용 식량을 빼앗는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어머니’는 자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그 과정에서 자식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배우도록 돕는다.

농민들이 가난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경제활동에 나선 것을 ‘비협조’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스스로 노력할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북한 노동당은 형식적 통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농민들이 실제로 생산과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자발성과 책임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농촌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