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일 앞두고 청년들 ‘노래집’ 지참 확인하는 검열 실시

선전가요나 시 20여편 이상 적혀 있는지도 살펴…청년들 검열 소식에 헐레벌떡 새 노래집부터 마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8일 중앙산업미술국에서 직원들이 “어버이 수령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오는 10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청년들의 ‘노래집’ 지참 여부를 확인하는 검열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청년동맹원들에게 노래집을 지참하고 다닐 것을 강조해 왔는데, 이렇게 지참 여부를 확인하는 검열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3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각 도(道) 청년동맹 조직에 ‘노래집 검열’ 지시를 내렸다”며 “검열은 기관·기업소·학교 청년동맹을 대상으로 10월 10일까지 진행된다”고 전했다.

노래집이란 북한의 선전가요나 시를 수기로 적어놓는 수첩으로, 청년동맹은 모든 동맹원에게 이 같은 노래집을 매일 소지하고 다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검열은 도 청년동맹 소속 검열원들이 도내 시·군·구역별 공장·기업소나 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검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검열원들은 청년동맹원들의 노래집 지참 여부와 함께 ‘당을 따라 가고 가리라’, ‘조선의 힘’, ‘조국찬가’ 등 선전가요나 시가 20여편 이상 적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번 검열이 시작되면서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청년동맹은 학생들에게 기존 노래집을 전부 새것으로 교체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래집이 낡았거나 글씨를 휘갈겨 썼다면 이는 곧 사상적 태도가 잘못된 것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그 책임은 해당 청년동맹 조직에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검열이 예상외로 촘촘하게 진행되자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앞두고 있어 가뜩이나 청년동맹 조직 생활에 신경을 쏟지 못하는데 노래집을 새로 마련해 선전가요나 시를 다시 처음부터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어서다.

소식통은 “담임이나 학교 청년동맹 지도원이 아무리 강조해도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 분위기가 고착화돼 있다”며 “대부분 낡은 노래집을 가지고 있거나 제대로 정리해 두지 않고 있어 검열 소식에 헐레벌떡 새 노래집부터 마련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열에서 문제가 생기면 담임이 검열원들에게 점심이라도 대접하면서 그냥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많다”며 “그러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담임들도 어차피 검열 때만 반짝 긴장할 테고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텐데 하나 마나 한 이런 검열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