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노동력 관리·통제…북한 ‘노력관리법’ 일부 입수

농촌 동원과 같은 임시적인 노동도 철저히 법적으로 규제…"주민 통제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효과 낳아"

지난 5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929호로 채택된 ‘노력관리법’ 일부. /사진=데일리NK

사회주의 질서 확립을 위해 다양한 주민통제법을 만든 북한이 이번에는 노동력 배치·동원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의 노동력 관리 강화는 물론 주민들의 불법적인 비공식 노동 활동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는 지난 5월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929호로 채택된 ‘노력관리법’ 일부를 최근 입수했다.

법은 제1조에서 “근로자들에게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생활을 원만히 보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노동력 관리 전반을 국가 통제 체계에 편입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법 제14조, 15조는 국가기관이 모든 근로자에게 ‘노력파견장’을 발급하도록 하고, 기관·기업소·단체가 이를 근거로 수속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노동력 배치를 문서화해 국가가 노동력 전반을 장악, 통제하려는 장치로 풀이된다.

황현욱 데일리NK AND센터 책임연구원은 “노력관리법은 흩어진 규정들을 통합해 배치·동원·조직·처벌까지 포괄하는 기본 법령으로 격상됐다”며 “노동력 관리 권한을 중앙집권화하고, 법률적 정당성으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이는 결국 주민 통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며 “특히 ‘액벌이’처럼 직장 대신 장사를 택하는 주민들에 대한 단속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액벌이는 직장에 이름만 걸어 두고 일정 금액을 납부하며 개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유사한 개념으로 ‘8·3 노동자’가 있다. 본보는 지난 3월 북한이 ‘8·3 노동’을 올해 완전히 제거할 목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법 제정은 이러한 통제 움직임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8·3 노동자’ 점점 줄어…재정 부담 커진 기업소들도 한숨)

또한 법은 노력동원 부분도 별도 규정으로 두고 임시적인 노동 또한 국가 통제 체계에 편입시켰다.

법 제16조는 “국가적인 대상 건설과 부문 또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작업 대상이 제기되는 경우 정해진 데 따라 노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제17조와 제18조는 동원 수요를 정확히 계산해 과학적이고 현실성 있는 동원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은 “‘노력동원장’이 없이 노력을 조직할 수 없다”(제20조), “동원노력을 받아 이용하는 기관·기업소·단체는 작업 조건과 생활 조건, 노동보호 조건 같은 것을 규정대로 보장하며 노동보수를 정확히 지불해야 한다”(제22조)고 못 박았다.

또 농촌 동원과 관련해서는 “국가계획기관·양곡관리기관·교통운수기관과 해당 기관·기업소·단체는 농촌 동원에 필요한 식량·연유·수송 수단 같은 것을 계획대로 보장해야 한다. 해당 농장과 은행기관은 농촌 동원 노력에 대한 노동보수를 정확히 지불해야 한다”(제23조)고 명시했다.

이는 임시적인 노동력 동원도 철저히 국가의 지도 아래 관리·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민들은 소속된 직장뿐만 아니라 임시 동원 과정에서도 국가의 지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개인이 직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수락할 수 없거나 고용 활동을 마음대로 중단할 수 없는 경우는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북한이 정규 노동뿐만 아니라 임시 동원 노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강제노동을 제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법은 노동력 배치와 동원에 관한 처벌 규정도 별도로 명시해 두고 있다.

법 제40조는 노력 배치사업을 바로 하지 않아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줬거나, 노동 배치 수속을 지연했거나, 동원장을 발급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한 경우 등에 경고 또는 엄중경고를 내리도록 했다.

아울러 법 제41조는 보다 강력한 책임을 명시했다. ▲배치·동원 사업을 바로 하지 않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금품을 받고 파견장, 동원장 등을 부당 발급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수속을 하지 않은 경우 ▲자재, 자금 보장 등의 명목으로 불법적으로 노동력을 이용한 경우 등에 대해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이나 노동교양 처벌을 주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노력관리법은 노동력 관리 전반을 제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기관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처벌 근거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생활 보장’이라는 명분과 달리 사회주의 계획경제라는 이름 아래 강제노동을 제도화하는 새로운 법적 족쇄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황 책임연구원은 “앞으로는 파견장이나 동원장 없이는 노동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주민들은 국가가 지정한 곳에 강제로 묶이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며 “이번 법 제정은 주민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생존 전략으로 활용해 온 비공식 경제활동마저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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