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 감자도 배급 대신 공장행…주민들 “겨울 어떻게 버티나”

양강도 주민들의 겨울철 생계 버팀목이었던 감자, 이제는 시장에서 비싼 돈 주고 사야…주민 불만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10월 2일 당의 불멸의 영도업적이 깃들어있는 삼지연 감자가루생산공장과 대홍단군 감자가공공장의 저장고 마다에 감자산이 높이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최대 감자 생산지인 양강도에서 올해 수확된 감자들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감자 가공공장으로 직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자는 본래 양강도 주민들에게 쌀을 대신할 수 있는 주요 식량 자원이자 겨울철 생계의 버팀목이었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식자재가 됐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 주민들 사이에서 올해도 감자 배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감자는 혜산시 주민들이 쌀이나 옥수수를 대신해 식량으로 삼아온 중요한 먹거리였는데 이제는 배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는 수확된 감자의 일부가 주민들에게 우선 배급됐고, 남은 물량이 가공공장으로 보내져 전분이나 가루나 분탕, 엿 등으로 생산됐다. 그러나 최근 3년간은 수확된 물량이 우선 가공공장으로 보내지고 배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가공공장에서 생산된 가공품이 주민들에게 배급되지 않고, 일부 권력기관 배급이나 시장 판매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혜산시에서는 과거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가구별로 감자가 배급돼, 생활이 어려운 세대들은 몇 달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배급이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예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에게 배급되던 감자를 가공품으로 만들어 다시 배급한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가공품은 시장에서 몇 배 비싼 가격에 판매돼 주민들의 식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아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강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감자 생산지로, 김정일 시대에는 대홍단군의 ‘감자 꽃바다’가 ‘선군 8경’으로 꼽히며 이른바 ‘감자 혁명’의 성과로 선전됐다. 그 덕분에 인근의 혜산시 주민들도 국정 가격에 감자를 공급받아 겨울을 버티는 데 큰 힘을 얻었지만, 감자 배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식량난이 악화하고 있다.

소식통은 “감자는 삶아서 밥으로 먹을 수도, 갈아서 떡이나 국수, 오그랑죽 등 여러 가지 음식을 할 수 있는 데다 반찬으로도 먹을 수 있다”면서 “때문에 주민들은 이맘때면 어떻게 해서든 많은 양의 감자를 비축해 겨울철 식량을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감자를 시장에서 사야 하는 데다 가격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 주민들이 올해 겨울을 어떻게 버터야 하느냐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혜산시 장마당에서 감자 1kg은 4000~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양이 500~1000원 사이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른 셈이다.

소식통은 “하루에 2000~3000원 벌이도 어려운데 감자 키로당 가격이 5000원선까지 오르니 이제는 감자가 식량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니 감자 배급이 끊긴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혜산시의 한 50대 주민은 “감자 수확철이면 직장 세대나 부양 세대나 모두 감자 배급을 받을 수 있어 누구나 안도의 숨을 쉬었는데, 올해는 직장인들조차 배급이 없다고 하니 벌이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겨울을 어떻게 날지 막막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는 가공식품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가공식품도 주민들의 식량이 해결된 다음에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지금처럼 주민들이 끼니 해결도 못 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