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노동자’ 점점 줄어…재정 부담 커진 기업소들도 한숨

지난해 말 전원회의 후 8·3 통제 지시 내려져…"지방 경제 상황 이해 못 하는 중앙의 일방 결정"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국경 지역의 한 공장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기업소에 소속돼 있지만 출근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납부하며 개인 돈벌이하는, 이른바 ‘8·3 노동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8·3을 통제하고 있는 데다 기업소 노동자 월급이 다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소 자금원이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이후 특급·1·2급 기업소들을 시작으로 8·3 행위를 통제하라는 내용의 포치(지시)가 차례로 하달돼 현재 8·3 노동이 대폭 줄어든 상태다.

이와 관련해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남도 함흥 등 특급기업소가 있는 지역의 당위원회에서는 지난달 중순경 상반기 안으로 모든 기업소들에서 8·3 노동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기업소 노동자들이 배급이나 월급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게 되자, 북한 기업소들은 적(籍)을 걸어 놓고 매달 정해진 액수를 납부하는 대신 출근하지 않고 개인 돈벌이를 하는 8·3 노동을 대폭 허용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 이탈을 초래하는 8·3 노동을 공식 허용한 바 없고 이를 지속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기업소도 자금원이 필요하고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국가나 기업소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적면적으로 금지하거나 강도 높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사회주의 경제관리 체계에 대한 원칙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8·3 노동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8·3 노동을 점차 축소해 올 연말에는 8·3 노동자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함흥에 위치한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는 앞서 8·3 노동을 ‘비사회주의 행위’로 공표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열에서 8·3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에 지난달 중순 8·3 노동자 중 일부가 노동단련대 2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또 뇌물을 받고 8·3 노동을 눈감아준 기업소 간부들의 경우에도 이달 초 15일의 무보수 노동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기업소 노동자들의 월급이 오르면서 장사를 통한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8·3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장사를 접고 기업소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의 작은 기업소에 소속된 일반 노동자들도 8·3 노동을 하려면 한 달에 최소 150~300위안(한화 약 3~6만 원)을 기업소에 내야 하는데, 소규모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입장에서는 이 돈을 꼬박꼬박 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8·3을 접고 기업소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기업소에 출근하면 조직 생활에 참여해야 하고, 아무리 월급이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생활하기에 넉넉한 정도는 아니라 벌이만 괜찮다면 8·3 노동을 하려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는 전언이다.

기업소들도 최근 8·3 노동 통제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8·3 노동을 허용하는 대가로 받아왔던 상납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소에서는 거액의 8·3 비용을 낼 수 있는 노동자들을 상근직으로 두면서 지방 출장으로 출근을 못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등의 방식으로 나름의 수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에 미뤄 북한 당국이 8·3 노동을 금지하고 나서도 이것이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도 8·3 노동 금지는 기업소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식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식통은 “8·3이 기업소 재정에 도움을 주는 건 물론이고 지방 경제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도 하는데, 무작정 8·3을 없애면 당장 돈이 돌지 않게 된다”며 “기업소나 지방 경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앙 일방적인 결정이 지방 경제를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