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적연구원, 한국 사회 문제 부각하는 선전 자료 제작 나서

‘적대적 두 국가론‘ 고착하는 핵심 기구로 기능 강화…전문 기술 인력 충원해 효과적 교양자료 내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대적연구원이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하는 핵심 기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드러내 보여주는 내부 선전 자료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2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명목상 대남 통일전략 연구를 표방하던 조국통일연구원이 적(敵)인 대한민국을 상대·공략하기 위한 전략 전문 연구기관인 대적연구원으로 간판이 바뀐 뒤, 내부에 각종 전문가를 대거 배치하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소식통은 “대적연구원에는 이제 글 몇 장 쓰는 연구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사회 문제를 다루는 인재들은 물론이고 영상 편집수, 녹음 기술자와 같은 기술일꾼들까지 망라돼 있다”면서 “이 사람들이 한국 언론이나 유튜브에서 따낸 장면들을 자체적으로 가공해 시청각 자료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파업, 청년 범죄, 취업난 등 한국 사회 내 갈등과 어두운 단면을 부각하는 시청각 자료는 북한 주민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자료로 활용된다고 한다. ‘한국 사회는 부패하고 청년들은 절망 속에 빠져 있다’는 이미지를 청년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이는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실무 기구로서의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글로 쓴 문건보다 영상과 녹음, 인터네트(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시청각 자료가 청년들 속에 더 직접 와닿고 교양 현장에서 반복해서 틀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최근 한국 청년들의 실업과 좌절 장면을 엮어 만든 영상은 청년들 속에서 ‘실감 난다’는 반응이 많았고, 상부에서도 효과적인 선전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적연구원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노동당 10국(대적국)의 전략적 전환이 깔려 있다. 과거 북한은 ‘민족’이나 ‘통일’ 같은 추상적 구호를 앞세우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남 노선 변경에 따라 한국을 반드시 맞서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전략 연구를 조직 차원에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적연구원은 북한 사회에 한국은 부패하고 무너져가는 사회라는 이미지를 뿌리내리게 하면서 주민들의 의식 속에서 통일이나 민족 개념을 지우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적연구원은 다른 부서와의 협력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성과는 공동으로 한국 외교라인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군수공업부와는 한국 무기 체계를 비교 연구하는 식이다. 또 선전선동부와는 한국 사회 문제를 부각하는 선전물 제작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지도부의 의도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민들이 통일이나 민족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때문에 대적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영상 제작 사업은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전략적 임무로 간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보는 최근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전국 국가 기관에 부착돼 있던 한반도 전체 지도를 ‘반쪽 지도’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모든 국가 기관에 ‘반쪽 지도’ 배포…한국은 회색 처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