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 기관에 ‘반쪽 지도’ 배포…한국은 회색 처리돼

남한은 지명 표기 없이 '한국'이라고만 돼 있어…한반도 전체 그려진 기존 지도는 일괄 수거·폐기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북한 국가 기관들에 새로 배포된 지도. 기존과 달리 북한만 그려져 있는 반쪽 지도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9절을 맞아 전국 국가 기관에 부착돼 있던 한반도 전체 지도를 ‘반쪽 지도’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민족·통일 개념 지우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시당위원회는 지난 3일 방침 포치(지시) 시간에 부서마다 부착돼 있는 지도를 교체하라는 지시와 함께 새로운 지도를 배포했다.

새로 교부된 지도의 상단 가운데에는 큼지막하게 ‘조선지도’라고 적혀 있고, 왼쪽 박스에는 ‘우리가 건설하는 문명강국은 사회주의 문화가 전면적으로 개화발전하는 나라, 인민들이 높은 창조력과 문화수준을 지니고 최상의 문명을 최고의 수준에서 창조하며 향유하는 나라입니다.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붉은색으로 적혀 있다.

북한 당국이 찍어내는 모든 지도에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언급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체제 선전과 애국심, 충성심 고취가 주된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오른쪽 하단에는 ‘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지도 범례에 대한 설명이 표기돼 있는데, 여기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동상’, ‘주요 혁명 전적지’, ‘주요 혁명 사적지’ 등 김씨 일가와 관련된 우상화 시설물에 대한 기호 정보도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지도에는 수도와 도·시·군 소재지, 국가 경계, 도 경계, 주요 도로, 산 및 고개, 소금밭, 항구·배길(항로) 등이 표시돼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지도에 남한을 ‘한국’으로 표기하면서 행정구역이나 지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일괄적으로 회색 처리한 점이 눈에 띈다. ‘남조선’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고, 중국이나 로씨야(러시아)와 똑같은 글씨체와 크기로 국가명만 간략하게 표기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외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는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말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민족 및 통일 개념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해부터 반쪽짜리 한반도 지도를 발행하고 주요 당 기관이나 중앙간부학교 등에 이를 게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올해 정권수립일을 앞두고 모든 국가 기관에 이 같은 반쪽 지도를 게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특히 당국은 각 기관에 반쪽 지도를 배포하면서 구성원들에게 남한을 남조선이라고 부르지 말고 한국으로 명명할 것과 한국은 외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사상 교육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조선반도(한반도)의 절반만 우리 땅이라는 점을 모든 구성원이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에 부착돼 있던 한반도 전체가 그려진 지도는 모두 상급에 반납하도록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각급에서 자체적으로 폐기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수거해 폐기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당 및 행정기관을 비롯한 모든 국가 기관에서 남한 곳곳의 지명까지 일일이 표시된 한반도 전체 지도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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