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지원에 관한 긴급 지시에 北 주민들 격앙된 반응 보여

땔감도 지원하고 中 오갈 때 통관도 원활히 보장하라 지시…“차라리 조선을 중국의 한 개 성으로 만들라”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2024년 8월 평안북도에 수해를 입은 화교 가정을 방문해 위로했다. /사진=주북한 중국대사관 제공

북한 당국이 북한 내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겨울나기를 지원하라는 등의 지시를 각 지역의 당 및 행정기관에 긴급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조선(북한)에 머물고 있는 화교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도와주고, 특히 이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중앙당과 내각의 공동 지시가 지난 12일 각 도당과 인민위원회에 긴급으로 내려져 시·군들에도 전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지시에는 구체적으로 화교들이 겨울철 땔감을 비롯한 월동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것과 그들이 겪는 생활상의 애로에 인민반장이 먼저 발 벗고 나서며 문제가 있을 때는 안전부와 보위부가 나서서 직접 챙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화교들이 중국을 오갈 때의 통관 절차도 원활히 보장해 걱정 없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내용도 지시에 포함됐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대학에 다니는 화교 출신 학생들에게 학교가 기숙사비나 관리비 명목으로 경제적 부담을 주는 행위를 철저히 금하라고 지시했다. 화교 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되면 중국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가서 설을 쇠기도 하는데, 이때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아올 것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일렀다는 것이다.

이밖에 당국은 해당 지시에서 화교들을 대할 때 이웃 나라에 따뜻한 정을 나누듯 마음을 다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짐에 따라 각 시·군에서는 화교 지원과 관련한 긴급 협의회가 개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회에서는 화교들을 어떻게 더 따뜻하게 대할지, 땔감을 어떻게 배분할지, 통관 절차를 어떻게 간소화할지, 대학에 다니는 화교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해지지 않도록 학교에 대한 감독 체계를 어떻게 세울지 등이 주요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지시에 대해 주민들은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 속에서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에 갔다 오더니 화교들 팔자가 폈다”, “지금 우리는 겨우겨우 먹고 사는데 중국을 오가며 잘 사는 화교들을 챙기라니 좀 억지스럽다”, “나도 화교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등의 말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청년은 이번 화교 지원 지시를 최근 당국의 대외정치적 행보와 결부시키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혜산시의 한 20대 청년은 ‘민족의 5000년 역사를 거부하고 남조선(한국)을 외국으로 부르라 하고, 남의 나라인 로씨야(러시아) 위해 싸우다 죽게 하더니 이제는 화교를 조상처럼 떠받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번 지시에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경 지역 주민들은 “차라리 조선을 중국의 한 개 성(省)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중국과 같은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 “어차피 반쪽 나라인데 중국에 넘겨 조선을 지워버리고 원수님은 성 당서기나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등 비난조로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