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의 ‘영웅적 위훈’을 담은 영상물을 배포해 청년들의 충성심 고취와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체제 내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계급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이달 초 혜산시 당위원회가 각 기관·기업소 청년동맹 조직에 해외 군사작전에서 불멸의 위훈을 세운 참전 열사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의무적으로 시청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에 따라 이후 진행된 집중학습에서 영상물 시청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학습 시간에 재생된 영상물은 ‘조국은 기억하리 용사들의 위훈을’이라는 제목으로 돼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투 장면과 전사한 이들의 이름, 나이 등이 등장한다. 이 영상물의 주된 메시지는 “목숨은 버려도 명예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영상을 시청한 일부 청년들은 전사자들의 희생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청년들 사이에서는 “입대 전에도 입쌀밥을 배불리 먹지 못하고, 군 복무 중에도 강냉이밥과 소금국만 먹다가 결국 전쟁터에 끌려 갔다”, “행복을 누려보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외국 땅에서 죽은 게 너무 불쌍하다”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영상물을 보고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바로 ‘계급적 불평등’이었다.
청년들은 “모택동(마어쩌둥)도 아들을 조국해방전쟁(6·25전쟁)에 보냈는데, 우리나라는 왜 간부 자식들이 안전한 자리만 차지하느냐”며 “왜 우리만 내몰리느냐”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간부나 돈주 자식들은 전투부대에 가지 않고 후방총국이나 문건수발소, 군악대, 선전대, 운수대대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한 자리를 차지한다”며 “힘없고 돈 없는 일반 가정의 자식들이 전투부대로 내몰리고 실제 전쟁에까지 내몰리면서 결국 목숨을 잃게 된 것에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의 죽음을 ‘영웅적 희생’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계급적 불평등과 체제 모순만 더욱 부각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소식통은 “전투부대의 소대장과 중대장 역시 대개 배경 없는 가정 출신이며 정치부·보위부·간부부 소속이 아니면 권한도 없고 생활 형편 또한 일반 주민들과 다를 바 없다”며 “상황이 이러니 청년들 속에서 군 입대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9일 목란관에서 열린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 위로 행사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 속에서 자식을 군에 내보내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올해 가을 초모 대상자들의 부모들이 명단에서 자식의 이름을 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 2차 행사 후 주민 동요 동향 보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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