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만 집 비워도 보고 강요…“숨 쉬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

강도 높은 주민 감시에 인민반장과의 갈등도 잦아져…"부부싸움하고 집 나가도 보고해야 하냐” 불만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북한 내 주민 감시가 한층 강화되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피로감과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국가 기념일인 정권수립일(9·9절)을 거치면서 일상 전반에서의 주민 감시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요즘에는 집을 몇 시간 비우기만 해도 인민반장부터 담당 안전원, 보위원들까지 행선지를 보고하라고 닦달해 주민들이 숨 쉴 틈조차 없다”며 “일부 주민들은 ‘몇 시간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불시에 걸려 곤욕을 치르는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반장들은 각 인민반 세대를 일일이 돌며 누가 언제 집을 비우는지 묻고, 돌아올 예상 시간을 적어둔 뒤 실제로 그 시간대에 다시 세대를 찾아와 돌아왔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에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들은 “화장실 가는 것까지 보고하라고 하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비꼬기도 하고 “숨 쉬는 것조차 눈치 보인다”며 당국의 과도한 감시에 갑갑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5일 평성시의 한 동에서 50대 여성 A씨가 인민반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외출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각 세대를 돌며 인민반원들의 행방을 확인하던 인민반장이 A씨의 부재를 확인하고 “어디 갔으며 언제 돌아오느냐”고 가족들에게 캐물었으나 가족들은 “어디 갔는지, 언제 오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인민반장은 A씨가 돌아오면 즉시 이야기하라고 일렀는데, 오후 2시가 넘도록 귀가했다는 말이 없자 담당 안전원, 보위원에게 보고했다.

A씨는 담당 안전원과 보위원으로부터 “어디에 있느냐”, “왜 보고도 하지 않고 나돌아 다니느냐”는 전화를 받았고, 심지어 담당 안전원으로부터 “정신 상태가 썩었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일로 A씨는 안전부, 보위부에 불려 가 비판서를 쓰게 됐고, 가족의 생계가 걸린 장마당 벌이에도 나서지 못했다.

소식통은 “그날 A씨 가족이 인민반장에게 ‘무슨 일로 어디에 갔고 몇 시쯤 돌아온다’는 말만 했어도 장마당 벌이까지 지장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민반장과의 관계에 따라 처분이 달라지기도 하니 이제는 인민반장과 주민 세대 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몇 시간만 집을 비워도 이런 상황인데, 하루 이틀 비우면 어떤 수준인지 말할 필요도 없다”며 “일부 주민들은 부부싸움을 하고 집 나가는 것까지도 일일이 보고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강도 소식통은 “코로나 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같은 지역 내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보고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사람들이 보고에 익숙하지가 않아 인민반장과 자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특히 원수님(김 위원장) 중국 방문과 공화국 창건일(정권수립일)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의 행적이 더욱 철저히 관리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러한 실정에 주민들은 “옛날처럼 마음먹은 대로 압록강을 넘을 수 있는 시기라면 이해라도 하겠다”, “지금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뭐가 마음에 놓이지 않아 이렇게까지 옥죄는지 모르겠다”라는 등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