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해외서 특수 임무 수행 중인 요원에 축전 보내 격려…왜?

정주년도 아닌 국가 기념일에 축전은 이례적…국내에 있는 가족들까지 챙기며 사상적 동요 차단 주력

2025.9·9절(북한 국경절 77주년) 국기게양식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 국가의 줄기찬 융성과 번영을 위해 일심매진해가는 전국인민의 열렬한 애국심이 영광의 9월과 더불어 더욱 세차게 끓어번지는 속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7돐(주년)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기념행사에 참석하셨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명 ‘9·9절’로 불리는 정권수립일을 맞아 해외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 중인 요원들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축전을 보냈다고 복수의 데일리NK 소식통이 알려왔다.

12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1호(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정찰총국과 국가보위성, 당 군정지도부가 준비한 1호 명의 국경절(9·9절) 축하문이 9일 0시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 특수 임무 기관 지휘부와 성원들에게 전보문 형태로 발송됐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군 소식통도 “국경절 0시에 정찰국, 보위성의 평양 지휘부를 통해 해외 사업 지부로 1호 축전이 발송됐다”며 “일부 장기 파견자의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는 고급 종합선물 지함(종이상자)도 지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축전을 수령한 대상들은 정찰총국이나 국가보위성 등 국가기관 소속으로 당 자금 조달, 외화벌이, 돈세탁, 기술·금융 해킹과 정보수집 등 다양한 임무를 부여받고 해외에서 유학생, 문화교류 인력, 무역상이나 사업가 등으로 위장해 활동하는 이들이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이들을 “조국과 가족을 떠나 이역만리에서 국가 임무에 충실한 동무들은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싸우는 애국자, 숨은 영웅, 노동당의 참된 전사들”이라고 치켜세우며 건강을 당부했다.

국제사회가 이들을 불법 자금세탁·해킹 조직으로 지목하는 것과 달리 북한 당국은 이들의 활동을 정당화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러시아 파병 군인과 전사자들을 영웅화하는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다. 북한은 지난달 이와 관련한 국가표창 수여식을 두 차례 열었는데, 이를 접한 해외 특수 임무 수행 요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고, 이 같은 동향이 상급 기관을 거쳐 김 위원장에게 직보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호 명의 축전 발송이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를 배려라기보다 해외 요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충성심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우대 사업에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불만을 품은 이들을 달래는 방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해외 파견자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충성심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1호 명의 축전과 가족들을 위한 고급 종합선물 지급 은 기관별로 동시에 진행됐다”고 했다.

정주년(5, 10 단위로 떨어지는 해)도 아닌 국가 기념일에 갑작스럽게 1호 명의 축전이 발송되고 가족들에게도 선물이 지급된 점은 해외 특수 임무 요원들의 사상적 동요 차단과 관리의 시급함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위 소식통은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특수 임무 요원들은 국가에 있어 ‘생존 혈관’이나 다름없다”며 “그래서 이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충성심을 다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특별 격려도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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