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으로 북중 간 협력 강화가 주목되는 가운데, 중국 내 북한 노동자도 확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 노동자 신규 송출을 금지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해외에 파견되는 것일까?
최근 데일리NK AND센터가 중국 수산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파견 노동자들의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강제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선발에서부터 교육, 계약, 현장 통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국가 주도의 치밀한 계획 속에 진행된다.
출신 성분과 평판이 좌우…강화된 외부 정보·접촉 차단 교육
북한 파견 노동자들의 선발에는 서류나 면접 같은 공식 절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신 성분, 평판, 정치조직 평가까지 복합적인 기준이 작용한다.
AND센터가 접촉한 북한 간부 A씨는 “인민반, 기업소, 학교, 품성과 도덕 실태가 중요하다”면서 “18세에서 45세로 제한되며 충실성이 핵심이고, 여기에 정치조직 생활 10년간의 정형과 출신, 사회 성분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리자 B씨는 수요자 측인 중국의 요구도 최대한 반영한다고 했다. B씨는 “어떤 곳은 20~40세의 체력 좋은 남성과 손동작이 빠른 젊은 여성의 비율을 3 대 7 정도로 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손기술이 중요한 식품 가공 업무에 적합한 인원이 선호해 이를 최대한 맞추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선발된 노동자들은 출국 전 다양한 교육을 받는데, 여기에는 감시에 대한 지침도 포함된다고 한다.
A씨는 “기본은 사상교육과 규율 준수 방침, 중국 현지 문화에 대한 교육”이라면서 “2024년부터는 전자장비 체계 감시에 관한 교육이 추가됐고, 정보 유입 차단 교육도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북 소식통이 전해온 데 따르면 러시아 현지에서는 불시에 개인 소지품 검열과 사물함 수색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 초까지 외부 콘텐츠가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를 소지하고 있다가 본국으로 송환된 사례만 최소 3건이었다. 이로 인해 북한 노동자들은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그물에 갇힌 인권] 韓 영상 소지로 송환…파견 北 노동자 공포↑)
관리자들도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는다. 관리자 B씨는 “중국 법규 준수, 노동자 관리법, 안전사고 대책, 비상시 보고체계 같은 실무 교육을 받았다”면서 “대규모 인원을 관리하는 내용이 중점이며, (외국에서는) 도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출국 전부터 도주 방지와 외부 접촉 금지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관리자들에게까지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단순한 현장 관리 차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도주를 철저히 방지해 외부 사회와의 접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데 있다. 이는 곧 ‘노동자는 해외에서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가야 한다’는 발상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를 외화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며, 도주나 외부 노출로 국가 계획이 드러나고 이것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로 이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런 점에서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 또한 노동자 통제 체계를 보완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출국 직전 여권 및 여행증명서 수거…계약 내용은 당국이 정해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출국 직전 여권과 여행증명서를 먼저 빼앗긴다. 간부 A씨는 “도주 방지와 국가 권위 유지를 위해 여행증명서를 수거한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를 “외부 접촉과 비법(불법) 활동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현장 관리자의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다. 관리자 B씨는 “도주자가 외국 언론이나 대사관과 접촉하면 국제적 망신이 되기 때문에 여권은 절대 주지 않는다”면서 “책임자가 금고에 보관하거나 대사관에 맡긴다”고 했다. 그는 “여권이 없으면 탈출 가능성이 일차적으로 차단되니 여권을 집체적으로 보관해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과 여행증명서가 출국 직전 회수되는 조치는 노동자들의 이동 자유를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증서도 갖지 못한 채 생활하게 되며, 이로 인해 외부 접촉이나 독자적인 이동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고용 계약도 이미 국가가 정해놓은 틀 안에 맞춰져 있다. 간부 A씨는 “계약 조건은 현지 상황을 반영한 국가 계획분 송금액을 포함해 책정된다”며 “월급은 업체, 지역,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수산성으로 송금된다”고 전했다.
관리자 B씨는 “노동자들에게 월급, 근무시간, 맡은 일을 정확히 설명한다”면서도 “작업 강도가 일정치 않아 계약서에 유동적 조건을 명시하고, 노동자들로부터 승낙한다는 수표(서명)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AND센터 보고서 따르면, 노동자들은 대체로 노동조건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했을뿐더러 실제 서명한 경우도 소수에 불과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서 형식상 ‘계약’을 맺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설계해 놓은 조건을 따르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자들은 계약을 맺었음에도 스스로 노동조건을 문제 삼거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구조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