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고급중학교 졸업생 배치에 ‘공정성’ 내세웠지만 효과는…

교육성, 공정 배치 주문하는 지시 내려…권력·돈으로 청탁해 원하는 곳에 배치받던 관행 끊으려는 시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월 27일 평양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300여 명이 최전방 국경 초소들로 용약 탄원(자원)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내년 봄 기술고급중학교(특성화고) 졸업생들의 기업소 배치를 앞두고 ‘특권 차단’이라는 명분 아래 칼을 빼 들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졸업생들이 국가의 배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고, 특정 계층의 자식들이 부정행위로 배치에서 특혜를 입던 관행을 끊어내는 것이라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내각 교육성은 지난달 말 각 도·시 교육부에 기술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의 배치를 공정하게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에 남포시 인민위원회 교육부는 각 학교에 “졸업생을 기업소에 배치할 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배치 결과를 학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대개는 학교가 졸업생 명단을 시 인민위원회 노동부에 제출하면 지도원이 졸업생을 각 기업소에 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권력이 있거나 돈 있는 집 자녀를 좋은 곳에 배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교육성의 이번 지시는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일부 졸업생들은 간부 자식이라는 이유로 성적과 상관없이 좋은 곳에 배치돼 왔다”며 “내각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도·시 교육부가 직접 졸업생들의 배치 문제에 대한 집행 책임을 지도록 했고, 중앙은 이에 대한 실태조사까지 예고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례로 남포시 대안구역 충성기술고급중학교는 전기기술 과목에 특화돼 있어 전기기술 전공 학생들은 대안전기공장에서 전동기·변압기·발전기 등에 대한 실습을 받기도 한다. 대안전기공장 같은 큰 기업소의 경우 집단 탄원이나 장기 동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고급중학교 졸업생 대부분은 이 기업소 배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졸업 후 큰 기업소에 들어가면 돌격대나 농장 집단 탄원에 끌려가는 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이나 돈 없는 가정들이 이번 지시를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번 지시가 내려오면서 기업소 배치 과정에 인맥이나 뇌물을 동원한 청탁을 하기 어려운 가정의 부모와 학생들은 해당 기업소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력이나 돈을 바탕으로 기업소 배치 청탁을 시도하려던 부모와 학생들은 이번 지시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소식통은 “이런 통제 조치가 계속되면 간부들은 자녀를 기술고급중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술고급중학교 진학을 피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가가 기술고급중학교를 확대하려 하는 실정인데 간부집 자식들이 기술고급중학교 진학을 아예 포기해버리면 국가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간부들의 배치 청탁을 눈감아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뇌물을 막는다는 게 불가능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번 지시가 특정 계층의 배치 특혜를 차단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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