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숨 막혀서 못 살겠다” 낙서로 드러난 주민의 절규

2018년 10월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사진=데일리NK

얼마 전 북한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낙서가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개천시 종합시장 입구 벽에 흰색 페인트로 “숨 막혀서 못 살겠다”라는 낙서가 발견됐다는 것인데, 시장을 관리하는 성원들은 누군가 고의로 낙서한 것으로 보고 보위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시 보위부는 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시장 상인들과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의 필적을 조사하는 등 낙서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나날이 뛰어오르는 물가와 환율, 시시각각으로 목을 조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할 뿐인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라는 것이었다.

한편, 북한 내에서 낙서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남포특별시 항구구역 담벼락에 비슷한 유형의 낙서가 발견된 적이 있고, 2022년 온천군에서는 어려운 삶을 비관하는 내용의 글이 새겨진 풍선이 곳곳에서 출몰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태에 직면하면 그 위협에 대항할 것인지, 혹은 도망갈 것인지를 판단한다. 낙서는 불안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정서적·심리적 배출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은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최우선인 식생활부터 보장이 안 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직장에 다니며 항상 바쁘게 살아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태산처럼 어려움만 늘어나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참으로 기막히고 한심한 일이다. 6·25 동란이나 1990년대 경제난 시기의 험악하고 불길한 사태와 비슷한,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욱 어려운 삶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낙서는 긴급한 불안감의 호소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의 참담한 현실은 권력 유지를 위한 노동당의 그릇된 욕망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이나 가정, 사회·국가 안에서 참된 정의와 진리가 흐려질 때 불안과 불만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 마련이다.

변화 없는 통제만으로는 불안과 불만을 절대로 제거할 수 없다. 왜냐하면 노동당이 권력과 재물을 독차지하는 한, 이를 악용하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낙서를 단순히 범죄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모든 낙서는 자기표현으로 시작되지만, 공감을 얻게 되면 문화가 된다”는 말도 있듯이, 현재의 ‘숨 막히는 상태’에 대한 호소와 그 호소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을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