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주애의 후계자 신고식?

2025년 9월 2일 김정은, 전승절 행사 참석 위해 베이징 도착…주애 동행/노동신문 9월 3일 보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동지께서 2일 오후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해 전용열차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딸 주애도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9월 3일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김정은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북중러 삼각동맹의 위상을 과시하며 시진핑과 푸틴 사이에서 뒷짐까지 지며 거들먹거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었다. 북러 양자회담에서는 이번 파병에 대한 최고의 감사 표시를 푸틴에게 받았다.

평양에서 출발한 전용열차를 카메라에 담기위해 중국 곳곳에서 취재 경쟁은 이어졌고,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노동신문을 통해 몇시에 국경을 통과했는지도 공개했다. 기차가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관심사는 바로 김정은 뒤에 선 김주애의 모습이었다. 정작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김주애가 서 있었다. 이를 두고 김주애의 후계자 신고식이라는 말이 국내외 언론에서 흘러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주애가 김정은과 함께 방중한 것이 후계자 신고식이라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아직 팽배한 북한에서 여성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줄곧 김주애는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를 위한 연출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김주애가 아닌 ‘김주애 옆에 선 김정은’을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방중을 김주애에게 초점을 맞추어 후계자 신고식이라고 하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차에서 내릴 때 최선희, 조용원, 김덕훈이 뒤에 있고 오히려 김주애가 앞에 나섰기 때문에 위상이 높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장면은 이미 북한 내부의 여러 행사에서 봐왔던 장면이지 전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그 장면에서는 김정은이 중국의 최고 서열 인사로부터 환대와 영접을 받는 장면이 더욱 부각된다.

둘째, 지난 9월 3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당국이 김주애 방중 사실을 알렸다면서 후계자를 공식화했다는 말은 더더욱 성립되지 않는다. 노동신문에서는 그동안 김주애를 표현하던 존경하는, 사랑하는 자제 등의 표현은 전혀 없었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김주애가 김정은 뒤에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는 것인데, 이 사진은 노동신문 내용과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김정은이 중국에서 최고의 환대와 영접을 받았다는 것, 위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습에 더욱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진에서는 통역이 김주애의 모습을 가린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만약 후계자로 최고 존엄을 생각한다면 이런 사진은 매우 불경스러운 것이다. 북한 당국이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번 김주애 등장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김주애는 리설주의 패선, 헤어스타일, 심지어 손동작, 걸음걸이까지 따라 할까. 후계자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셋째, 결정적으로 김주애는 이번 열병식의 핵심인 망루에 오르지 않았다. 다른 국가 정상들이 아내와 함께 입장했기에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입장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김정은은 김주애를 대동하지 않았다. 만약 신고식이라면 이 망루에 올라야 했다.

넷째, 그리고 신고식이라는 표현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누리는 곳에서 굳이 북한이 4대 세습 후계자라며 신고식을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다섯째,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북중러 삼각동맹의 강화 아래 김정은이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위상을 보여주는 선전장으로 활용했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26개 국가 정상이 참여한 열병식 입장식에서 김정은은 시진핑의 왼쪽에 서서 푸틴과 함께 입장했다. 마치 나머지 국가들은 북중러 뒤에 따라오는 모양새를 만들어 냈다. 결국 김정은이 이번 열병식에 참여한 목적은 김주애가 아닌 자신의 절대권력을 과시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한마디로 김주애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자녀까지도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하는 김정은의 비인간적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주애든 누구든 절대 4대 세습으로 북한 체제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김주애인가 아닌가의 논쟁보다는 누구든 절대 이 독재체제가 4대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일은 없도록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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