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사한 ‘선물악기’ 닦으러 방학에도 불려 나가는 학생들

학생들 속에서도 '선물 관리원' 신세 한탄 나와…김정은 선물이라 불만 있어도 입 밖으로 못 꺼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지역인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새로 지은 학교에 피아노와 손풍금, 기타, 어은금, 가야금, 하모니카를 비롯한 악기들을 선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지역 학교들에 선물한 악기의 관리를 위해 학생들이 방학에도 학교로 불려 나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김정숙군과 김형직군 일대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들이 원수님(김 위원장)이 선물한 악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방학 중인 학생들을 불러내 악기를 닦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숙군의 한 초급중학교에는 지난 4월 김 위원장이 하사한 ‘선물악기’로 은방울 손풍금(아코디언) 1대와 바이올린 3대, 첼로 2대, 비올라 2대, 콘트라베이스 1대, 하모니카 10대, 기타 5대, 가야금 2대, 소해금 5대, 풍금 5대 등이 전달됐다.

같은 시기 김형직군에 위치한 한 초급중학교에도 은방울 손풍금 3대, 바이올린 6대, 첼로 3대, 콘트라베이스 1대, 하모니카 30대, 기타 10대, 가야금 6대, 소해금 8대, 옥류금 1대, 피리 30대, 취주악기 1세트가 전달됐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악기가 한 번에 전달된 것은 처음이어서 악기를 선물 받은 학교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웬만한 군악대와 맞먹는 수준의 악기가 들어왔다”며 놀라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선물한 악기들이 실제 학교 음악 교육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이 악기들은 교육용이라기보다는 전시용”이라며 “악기 소조도 악기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고 음악 교원이 수업할 때 잠깐 꺼내 보여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악기를 선물 받은 학교들은 악기 관리를 위해 ‘선물악기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물악기실에는 악기를 비치하기 위한 악기장이 설치돼 있고,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악기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문제가 되니 학교가 늘 긴장한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선물악기가 자랑거리이자 동시에 골칫거리인 셈”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선물악기 관리의 책임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부교장이 관리 책임을 지고 실제 관리는 음악 교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음악 교원들은 악기 소조 학생들을 불러내 매일 악기를 닦게 한다”며 “이 때문에 아이들은 방학에도 오전·오후로 조를 나눠 학교를 들락거린다”고 전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관리에도 동원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악기 소조원을 선발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악기 소조원을 뽑을 때는 학교생활에 모범적인 학생들만 뽑는데, 그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은 배제한다”며 “도난이나 분실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래도 악기 소조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 학생들이 참여하지만, 선물악기 관리를 이유로 공공연하게 저소득층 학생들이 악기 소조원 선발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악기 소조에 선발된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물 관리원’ 신세가 됐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방학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악기를 닦으러 학교에 나가고 있으니 얼마나 불만이겠느냐”며 “하지만 원수님 선물을 관리하는 일이기에 불만이 많아도 누구도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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