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흡수·체제 선전 ‘두 마리 토끼’ 잡는 대동강 원형보트

4인 기준 시간당 10달러, 술이나 추가 음식 주문하면 더 내야…“문명 생활 구호 내세워 충성심 높여”

평양 대동강에서 불고기 식사를 하며 유람할 수 있는 원형보트 봉사(서비스)가 ‘이채를 띠고 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7월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평양 대동강에서 운영 중인 유람용 원형보트는 외화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색적인 유흥 문화를 통한 체제 선전이라는 당국의 전략이 고스란히 담긴 신종 서비스업이라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자금 확보와 체제 결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불고기 식탁’을 갖추고 있어 강 위에서 불고기를 먹으며 유람할 수 있는 대동강 원형보트는 올여름부터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매주 목요일은 ‘외화 전용’ 날로 달러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는데, 이는 외화를 흡수하려는 북한 당국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요금은 4인 기준 시간당 10달러(6인 15달러, 12인 30달러)다. 불고기 4인분은 기본 요금에 포함되지만, 추가 음식이나 술을 먹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10달러는 현재 시장환율로 계산해 보면 북한 돈 43만 원으로, 쌀 20kg 정도를 사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소식통은 “요즘 같은 물가에 이런 사치를 부린다는 건, 평범한 인민에겐 먼 이야기”라고 했다.

실제로 저녁 시간대에는 조명 장식을 밝힌 100달러짜리 프리미엄 코스도 운영된다고 한다. 다만 가격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일반 주민들은 이용이 어렵고, 대부분 무역회사 가족, 돈주 및 간부 자녀 등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구상하고 추진한 데에는 ‘외화 흡수’ 전략이 기저에 깔려있다. 소식통은 “초기에는 개인 돈주 자본도 들어갔지만, 지금은 국가기관이 맡아서 운영·관리하고 있다”면서 “당의 재정을 불려줄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보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기와 술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 문화는 전통적으로 북한에서 ‘자본주의 타락 풍조’로 여겨져 금기시됐다는 점에서도 이 사업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체제 선전을 통한 충성심 제고라는 정치적인 계산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정부는 ‘문명 생활’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이를 ‘인민 사랑’과 ‘생활 향상’의 증거로 포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에게 ‘국가가 마련한 낙원 같은 삶’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충성심을 높이고 체제 이탈 욕구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 청년층, 특히 돈주나 간부 자녀들 사이에서는 평양 화성구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차량 임대 사업과 유사하게 대동강 유람용 원형보트가 ‘데이트 코스’나 ‘필수 체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 당국이 노리는 심리 효과에 북한의 MZ세대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차량 임대 서비스, 평양시 청년층 사이에 ‘낭만 체험’으로)

소식통은 “한 번 체험한 청년들 사이에서 ‘외국 영화에서 보는 귀족처럼 사는 느낌’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면서 “인민들은 이런 체험을 통해 문화적 여유를 과시하고, 정부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은혜’로 인민이 낭만을 누린다는 식의 선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국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는 북한 당국은 향후 취식이 가능한 유람용 원형보트 사업을 원산(강원도)은 물론 남포·청진(함경북도) 등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확장을 통해 내부 소비 진작, 외화 흡수, 체제 선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정부가 이런 고급 소비 문화를 발전의 상징처럼 내세워 평양뿐 아니라 지방으로도 퍼뜨리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일부만 누리고 나머지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시기 조율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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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