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평양 화성구역을 중심으로 시범운영 중인 차량 임대 사업이 상인과 청년들 속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년들은 “자가용이 없어도 낭만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며 신선한 문화 체험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19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차량 임대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일단 상인들 사이에서는 “급한 용무가 있을 때 24시간 이용 가능해 편리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특히 도매업자나 달리기 장사꾼처럼 시간을 돈으로 여기는 상인들의 수요가 높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시간을 아끼고 체면도 세울 수 있어 도매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렌트가 인기”라고 했다.
차량 임대 서비스는 평양 청년층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면허를 가진 지인을 통해 차량을 빌려 연인과의 기념일이나 공휴일에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하루만이라도 자가용처럼 차를 몰아보는 경험 자체가 낭만”이라며 호평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예전엔 택시를 타고 연애를 즐겼다면 이제는 임대 자동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상황”이라면서 “식당이나 공원 등에 마음대로 차를 세워놓을 수 있고, 저녁 늦게까지 즐기다가 여자친구를 아빠트(아파트) 밑까지 데려다주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평양시 청년층을 중심으로 운전면허증 취득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젊은이들이 면허증이 있어야 차도 빌릴 수 있고, 한 번쯤 ‘차 있는 삶’을 경험해 보겠다는 욕망이 강하다”고 전했다.
과거 김정일 시대나 김정은 집권 초기에 오토바이 면허를 따는 게 대세였다면 지금은 자동차 운전면허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이 주민들의 소비·생활 방식의 변화와 문화의 흐름을 유도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된다.
예상외의 폭발적 반응에 북한 당국도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생산지와 관계없이 중국·독일·일본산 중고차 등 임대 사업에 쓰일 수 있는 차량을 국가 밀수로 더 많이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당국은 앞으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에 대비해 대규모 전용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화성구역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전 화성륜전기재봉사소)를 통해 임대 사업에 나서고 있는 국가보위성이 노동당 경제부, 내각과 이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장기적으로 봉사소에 정비·임대·판매 기능을 통합한 ‘종합봉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국은 차량 임대 사업을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닌 자력갱생형 외화벌이 모델로 여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하지만 하루 기준 100달러 내외로 책정돼 있는 차량 임대 요금은 여전히 일반 주민들에게는 높은 문턱이다. 실제로 주민들 속에서는 “돈이 없으면 감히 얼씬도 못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향후 1~2년간의 시범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 도시로도 차량 임대 사업을 확대할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력·연료 보장 문제, 등록·수급·정비 기준 미비 등 제도적인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