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표창수여식 지켜본 北 주민들 시선 희생자들에게 꽂혔다

보도 이후 주민 사회 비통함과 슬픔에 잠겨…“훈장 몇백 그램으로 희생 대신할 수 없다” 비난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인민군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이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수여식에는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지휘관, 전투원들과 열사들의 유가족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해외 작전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이 진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북한 주민 사회에 비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20일 평양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한 해외 작전부대 장병들에 대한 국가표창수여식과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의식이 엄숙히 거행됐는데, 이를 접한 회령시 주민들 대부분이 가슴 깊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행사는 해외 전선에서의 영예로운 임무를 수행하며 위훈을 세운 군인들에게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표창을 수여하는 영광의 자리처럼 보였으나 주민들의 시선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들에게로 향했다”며 “모두가 안타까움에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행사에서 “지금 이 시각도 조국의 명령에 충실해 임무수행에 전력하고 있을 전투원들과 희생된 열사들의 모습이 밟힌다”며 파병된 군인들이 여전히 해외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음을 언급한 부분에서 주민들은 더욱 슬픔에 잠겼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현재 군복무 중인 아들이 있고, 아들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인 몇몇 부모들은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러시아 파병 소식과 그곳에 간 많은 군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모두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희생된 군인들의 사진들이 놓이고 그들의 영전에 꽃을 놓아주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나서는 말로만 알려졌던 것이 실제한 사실임을 실감하면서 모두 허탈해하고 실망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지금도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해외 전선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이야기를 하며 슬픔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국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주민들 속에서는 “훈장 몇백 그램으로 우리 아들들의 희생을 대신할 수 없다”, “우리 아들들이 왜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전쟁에 나가서 죽어야 하느냐”, “내 나라를 위해서 싸우다 죽었다면 이렇게도 분통이 터지지 않겠다”는 등 분노 섞인 말들이 나왔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왜 국가가 우리 군인들을 거리낌 없이 해외에 보내서 남의 나라 전쟁에서 대포 밥이 되게 했는가”, “안 보내도 되는 일이 아니냐”, “사람을 팔아서 달러라도 받았느냐”라는 등 의문을 가지며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는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말들에 어떠한 답변도 내놓기 불편한 보위원들은 우크라이나군 뒤에 미국이 있어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조선 대 미국의 대결이나 같은 상황이라는 설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1일 회령시에서는 한 여성 주민이 “내 아들은 영웅이 되지 않아도 좋다. 살아서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가 보위부에 불려 가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민은 아들이 군에 입대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감에 휩싸여 있으며, 지금도 아들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