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대북 유화 조치를 취하고 화해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 북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적대 구도를 고착하고 내부 결집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7일 데일리NK 평양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과 노동당 10국(前 통일전선부)은 ‘대한민국 외국화’ 전략에 따라 적대 구도를 고착하는 방향에서 대남 심리·여론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은 2023년 말 열린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민족 및 통일 개념을 없애고 있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없다는 점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자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북한에 전가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평화나 남북관계 개선을 소재로 한미 및 양자 대화, 다자 무대, 국제사회에 어필하며 주목받는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평화 및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면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8일과 이달 14일, 20일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메시지는 한국 정부가 대북 유화 조치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실려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전날(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 왔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신뢰 회복 발언을 ‘망상’, ‘개꿈’이라고 폄훼했다.
또 18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을 ‘침략전쟁연습’이라며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도 또다시 벌려놓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에서 우리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 영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연합작전계획(작계 5022)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 당국은 이렇듯 대외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무리한 조건을 들이대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소식통은 “미한(한미) 훈련이 중단되면 이것을 호의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응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반대로 미한 훈련이 계속되면 이것을 계기로 전국 요새화를 준비하고 불장난에 합당한 응징을 할 수 있는 명목이 마련된 것으로 보는 게 내부 전략”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요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이를 문제 삼아 한국의 대북 유화책을 비난하고, 대내적으로는 군사력 증강의 정당성 부여를 통한 체제 결집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미한 훈련을 활용해 우리는 계속해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군민협동훈련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당에서는 온 나라가 군민협동훈련을 진행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조한(남북) 관계가 회복되거나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0’에 가깝다고 본다”며 “미국과의 대화에도 한국이 낄 자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북한 군 당국은 한미연합훈련에 앞서 전군에 한국을 무력으로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는 내용의 교양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성은 지난 16일 ‘인민군대는 한국을 적대국, 점령국으로 인식하고 무력으로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 ‘당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든 군은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적들의 일거일동을 주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교양자료를 하달했다.
이는 한국의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인들의 사상과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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