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도 못하면서 기술교육”…겉만 번지르르한 기술고급중학교

내각 교육성 상반기 총화에서 청진 모범 사레로 주목…실태보다 보고서 작성에서 앞섰다는 말도 나와

평양컴퓨터기술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화면캡처

북한 내각 교육성이 최근 진행한 상반기 지역별 기술고급중학교 운영 실태 총화(평가)에서 함경북도 청진시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전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이번 내각 교육성의 총화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총화에서는 금속, 전기, 피복, 요리 등 지역 산업에 맞춰 기술 과목을 특성화하는 기술고급중학교의 수업 방식과 실습 운영 실태를 주요하게 다뤘다.

그 결과 일부 지역은 기술고급중학교에 전공 교원이 배치돼 비교적 안정적으로 특성화된 기술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방학 중 단기 강좌만 수료한 일반 교원이 교재만 읽는 식으로 기술 수업을 약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기술고급중학교의 특성상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부분 지역이 국가의 지원 없이 실습실을 꾸리고 실습 재료들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습 교육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콤퓨터(컴퓨터) 수업은 일부 학생이 집에서 가져온 낡은 기계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모형 건반이나 인쇄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고, 요리 실습도 학생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은 실습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평성시의 기술고급중학교들은 정보기술과 전자조립을 주요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설비가 낡아 실습 자체가 어렵고 학생들이 기계에 손도 대지 못하고 교원의 설명만 듣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과목은 신식인데, 실습 환경은 80년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남포시의 기술고급중학교들은 일정 수준의 기자재를 보유 및 관리하고 있었으나 수업 방식이나 실습 운영에서 뚜렷한 개선이나 발전이 없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개성시와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기술고급중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실습실 부재와 교원의 전문성 부족, 지역 현실과 맞지 않는 과목 편성 등의 문제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만 청진시의 기술고급중학교들은 지역 수산기업과 협력해 실습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해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교육성은 이번 총화에서 “현장과 실습을 결합시킨 청진시를 전국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실태보다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꾸며 올리는 데 능숙한 단위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청진시의 기술고급중학교들의 실제 교육 수준이 뛰어났다기보다는 보고서 작성에서 다른 곳들보다 앞섰고, 그래서 결국 평가는 교육 부문 간부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한편, 이번 총화에서 교육성은 기술고급중학교들이 지역 산업과 관련 없는 기술 과목을 편성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소식통은 “기계 공장이 없는 곳에 기계조립 과목이 개설되거나 수산업이 전무한 내륙 도시에서 수산 정비를 가르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러니 학생들도 교육 내용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교육성은 총화 마지막에 청진시 기술고급중학교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지역 산업체와의 연계 강화 ▲실습장 공동 활용 ▲교원 기술 재교육 확대 등을 하반기 방향으로 제시했고, 청진시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이달 하순 별도 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