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선전하는 제도로 무상치료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무상 의료’가 아닌 ‘무(無) 의료’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시설에서 진단도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약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병을 고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수입 약’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하게 자리잡는 모양새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무역으로 수입된 다양한 외국산 약들이 시장에서 거래돼 해마다 발생하는 계절성 질환인 장염·식중독 치료에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봉화무역국은 지난 7월 초~중순 사이 러시아산이 70%를 차지하는 의약품을 중요 물자로 수입했고, 금강무역지도국 역시 국가 병원용으로 중국산이 포함된 의약품들을 수입했다.
이렇게 수입된 외국산 약은 북한의 중앙병원, 군(軍) 호병원과 같은 상급 병원들과 간부요양소 등 당·정권기관 일꾼들이 이용하는 곳들에 우선 공급됐는데, 이것이 일부 유출돼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산 약이 국가의 정식 의료·보건시설이 아닌 외부에서, 그것도 전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약 장사꾼들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 포장지에도 주민들이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성분이 표기돼 있어, 정확히 어떤 약인지 모른 채 오로지 ‘입소문’과 ‘감’에 의존해 약을 구매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러다 보니 약 장사를 찾아가는데 못 고치는 병이 없을 듯한 꼬부랑글(외국어)이 쓰여 있는 것을 순전히 약 장사의 설명만 듣고 사 먹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러시아산 레보싸신(레보플록사신), 찌플록싸신(시프로플록사신), 5~25% 포도당 수액 등 대부분 국가 병원용으로 수입된 물량들이 뒷거래를 통해 평양에서 평안남도 평성, 개천 등 중간 지역으로 퍼지고 또다시 곳곳으로 퍼져 현재 일반 주민들에게 팔리고 있다.
이런 러시아산 의약품은 시장에서 상당한 수요를 끌고 있는 분위기다. 유통량은 중국산 의약품이 더 많으나 효과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은데, 러시아산 약은 “즉효를 보인다”는 약 장사꾼들의 말과 구매한 주민들의 증언에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시장에서 외국산 약을 찾는 배경에는 순천제약공장이나 함흥제약공장 등 국내에서 생산된 약이 효능 면에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걸핏하면 무상치료제를 자랑하지만, 실제 인민들의 생명을 지탱하는 건 국가의 무상치료제가 아니라 장마당”이라며 “지금 여기(북한)서 약을 구하려면 결국은 장마당이고, 그 장마당에 약이 있으려면 무역이 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밥은 굶을 수 있어도 아픈 건 참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상치료제는 바라지도 않으니 외국과 무역을 잘해서 돈을 주고라도 효과 좋은 약을 사 먹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들 말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