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전쟁 언급해 ‘자력갱생 노선’ 부각

사리원시당, 무역회사 책임일꾼 대상 세계 경제 정세 강연회 열어…‘지역경제 떠받치는 무역’ 강조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풍경. ‘자력갱생의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라는 선전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무역회사 책임 일꾼(간부)들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 정세에 관한 특별 강연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예 따르면 지난달 말 사리원시 당위원회 조직부의 주관으로 주요 무역회사 책임일꾼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특별 강연회가 진행됐다.

강연회는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가 어떻게 전 세계 경제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지를 주요하게 다뤘는데, 반(反)이민·고율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자체는 물론이고 중국과 유럽, 나아가 전 세계 무역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강연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통제, 보호무역주의를 두고 “결국 세계시장이라는 거미줄을 한 손으로 찢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최근의 금융 불안, 운송비 급등, 원자재 불균형이 모두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축적된 무역 질서가 미국으로 인해 삽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는 등의 언급도 나왔다.

이후 강연회는 북한 당국이 천명한 자력갱생 노선의 의의를 부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강연회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출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미국의 일방 조치에 따라 상품 수송이 막히고, 금융결제가 틀어지고, 국가신용등급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불안정한 세계 경제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세계적 혼란 속에서 우리 공화국이 추구해 온 자력갱생의 노선, 특히 무역에만 의존하지 않고 농업과 지방공업을 발전시켜 온 노력이 얼마나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우리 무역일꾼들이 체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촉발한 세계 경제의 혼란과 위기를 설명하면서 김일성의 내부 생산 역량 구축 강조, 김정일의 경공업 육성, 김정은의 경제-핵 병진 전략까지가 모두 이 시대의 답안으로 통한다는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강연회는 지방경제를 일으켜 인민생활을 향상시킨다는 지방발전 전략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도 덧붙이면서 “우리 사리원 지역의 무역회사들 역시 수출입만을 바라보지 말고, 자력으로 생산공정을 갖추고, 지방 소재 농산물과 경공업품을 스스로 가공·유통하는 체계를 빠르게 갖춰야 한다”고 독려했다.

아울러 무역회사들 간의 연계, 자원 순환형 경영구조 구축, 거래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국제시장에 끌려가는 무역’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소식통은 “강연회의 마무리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무역일꾼들이 세계 경제의 속성과 변화 흐름을 꿰뚫고, 그 안에서 공화국식 철학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 당과 내각의 정책 노선에 부응하는 각종 실무교육과 자력갱생형 경영 설계 지침이 곧 내려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