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에 北 주민 맞춤형 미디어기기 생산 공장 확산

무상표로 된 휴대용 전자기기 北에 대거 유입…기기 안에 중국 드라마·예능·영화 등 콘텐츠 담겨

최근 북한 청년·대학생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중국산 휴대용 전자기기 ‘MP7’.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중국 국경 지역에 북한 주민 수요에 맞춘 무상표(브랜드 없는) 전자기기 생산 공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공장은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나 충전식 액정 TV와 같은 기기를 생산해 밀수 경로를 통해 북한에 유입하고 있으며, 기기에 중국산 영상·음악 콘텐츠를 넣어 북한 내부의 문화 소비 지형을 흔들고 있다고 한다.

25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린성과 랴오닝성 국경 도시들에 최근 200평 내외 소형 전자기기 생산 공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공장들은 주로 휴대전화 부품이나 보조 배터리 조립 공장으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주민 맞춤형 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소식통은 “대체로 조립 라인은 20개 안팎, 인력은 15~30명 정도로 소규모고 대부분 반자동이 아닌 수작업 중심”이라며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기는 대부분 조선(북한)의 전력 사정에 맞춰 충전식”이라고 전했다.

기기를 들여가는 북한 밀수업자들은 공장 측에 ‘녹화 불가’, ‘문서 파일은 TXT만 가능’, ‘외형 색상 다양화’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때도 있다고 한다. 특히 로고 없이 제작해달라는 요청에 공장들은 이전처럼 ‘MP8’ 등과 같은 상표를 넣지 않고 있는데, 이는 모두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 공장은 주문형 생산 방식(OEM)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위임을 받은 무역회사나 민간 투자자가 먼저 자금을 선지급하고 제작을 맡기는 구조가 일반화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지방정부가 앞에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지역 무역회사나 개인 사업자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간접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장 운영자들은 선지급된 주문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며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기기에 내장되는 콘텐츠의 성격과 전달 방식에 변화가 감지된다고 소식통은 짚었다.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나 가요 등 민감한 콘텐츠가 직접 기기에 저장돼 전달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단속 우려로 인해 한국 콘텐츠는 대부분 USB나 SD카드 등 외부 저장장치에 담아 별도로 유통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생산되는 기기에 기본 내장되는 콘텐츠는 중국 드라마나 예능, 유행가, 무협영화 등 중국 콘텐츠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락용 소비를 넘어 중국식 사회와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선 내부에서 중국 영상은 음질·화질도 좋고 배우기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실제로 중국식 가족 문화나 도시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원하는 ‘문명화된 조선’ 만들기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나 보안당국은 이러한 공장과 유통망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면서 단속보다는 묵인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무조사나 위생 점검은 가끔 하지만, 북한 연계성이나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문제 삼고 나선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공장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자영업자들 생계도 살릴 수 있으니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조선 주민들에게 중국 콘텐츠가 스며들게 하려는 전략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흐름을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산 전자기기 단속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신형 미디어기기 단속 착수…핵심 표적은 ‘MP7’, ‘MP8’)

한 북한 내부 소식통은 “보위부나 검열 부서 자녀나 가족이 되레 이 기기들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또 중국에서 계속 ‘보이지 않는 통로’로 유입되고 있으니, 단속이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