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안 했는데 지도교수로 등재…김일성대 ‘학술부정행위’ 논란

원하는 곳에 배치 받으려 영향력 있는 교수·간부 이름 끼워 넣는 관행 드러나 당 교육부 검열 착수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정문.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화면캡처

김일성종합대학 박사원(대학원) 졸업생의 논문에 실제 지도하지 않은 교수의 이름이 등재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중앙당 교육부가 이를 학술부정행위로 규정하고 관련 교수들에 대한 특별 검열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올봄 학위논문 심사 후 간부사업(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김일성종합대학의 한 박사원 졸업생의 문제 제기로 지도교원(교수) 논문 허위 등재 관행이 드러나 중앙당 교육부에까지 보고됐다”며 “이에 따라 이달 초부터 한 달간 당 교육부의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일성종합대학 박사원 졸업생들의 학위논문은 인사 배치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도교수나 지도자의 영향력이 매우 큰데, 이에 일부 박사원 졸업생은 실제 논문지도를 하지 않은 유명 교수를 공동지도교수로 올리거나 연구소 및 기업소 간부들의 이름도 올려 ‘학벌 보증’과 ‘인맥 확보’를 동시에 꾀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김일성대 박사원 졸업생은 자신보다 논문 수준이 낮은 동기가 더 좋은 곳에 배치받은 배경에 논문 지도교수 및 지도자 허위 등재가 있었다고 보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결국 당 교육부가 나서서 검열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원하는 곳에 배치받기 위해 박사원 논문에 실제 관여하지 않은 교수나 간부들을 끼워 넣는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당 교육부는 이번 사안을 “학술연구에 대한 조작이자 인사 배치의 공정성 훼손”으로 심각히 여기면서 최근 5년간 김일성대 박사원 졸업생 학위논문 전반에 대한 조사와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다.

지도교수 및 지도자 허위 등재는 학문적 신뢰성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에 기반한 인사 배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아 당 교육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은 연구 윤리 위반을 넘어 당이 강조하는 인재 양성에 대한 인민대중의 신뢰 하락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이참에 관행처럼 굳어진 허위 등재 실태를 바로잡자는 분위기가 거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열 결과에 따라 일부 교수와 박사원 졸업생에 대한 당적 징계나 간부사업이 이뤄질 가능성 제기되고 있고, 한편에서는 지도교수 등재 시 근거자료 첨부 등 증빙 체계를 더 구체화하고 의무화하는 식으로 허점을 보완하는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일성대는 이번 당 교육부의 검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최고 명문대의 권위와 인사 배치의 공정성이 동시에 흔들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김일성대 내부에서조차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고 교육 부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김일성대 한 간부는 간단한 비판과 처벌로 끝날 일이 아니라 학위논문을 두고 엉켜 있는 안면정실(학연·지연) 관계를 깨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투명한 논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그래야 교육 부문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회복할 수 있고 진짜 수재들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고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