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 생산 공장은 ‘정기 배급’, 일반 공업공장은 ‘제로 배급’

북러 군사 협력 확대에 따라 매달 두 차례씩 배급…어느 공장이냐에 따라 생활 차이 커 불만 쑥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이 확대되면서 북한 당국이 무기 등 군수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군수품 생산 공장들에서는 배급이나 물자 공급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방공업공장들은 배급이나 물자 공급이 전무해 같은 지역이라도 군수품을 생산하는 곳과 일반 공업품 생산 공장의 노동자들 간 생활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신의주시 소재 군수품 생산 공장에서는 매달 상순과 하순 두 차례에 걸쳐 정기적인 식량 배급이 이뤄지고 있다.

탄약 상자, 탄피, 군용 피복 등을 생산하는 731호, 814호, 115호 공장 등 소규모 군수품 생산 공장들은 ‘하류 공장’으로 불리며 소외돼 그간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런 곳들에도 최근 들어 배급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탄약 상자나 군복 만드는 공장은 군수라고 해도 정기적인 배급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러시아와의 협력 때문인지 탄피 하나라도 만드는 공장이라고 하면 모두 챙겨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군수품 생산 공장들에서는 올해 초부터 노동자 본인 하루 인당 700g, 부양가족은 하루 인당 300g으로 계산해 보름치에 해당하는 식량이 월 두 차례 배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노동자 본인 1명으로만 보면 한 달에 총 21kg의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공장에서는 기름, 된장, 간장 등 식자재와 작업복, 세탁비누, 지하족(작업화) 등 물자도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반면 같은 신의주시에 있는 지방공업공장들은 배급이나 물자 공급이 이미 한참 전부터 끊긴 상태라고 한다.

소식통은 “신의주 시내에 위치한 펄프공장이나 법랑철기공장 등의 노동자들은 수년째 배급 한 톨 못 받고 있다”며 “강냉이(옥수수) 배급이라도 받아본 게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게 이곳 노동자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군수품 생산 공장과 일반 공업공장에 배급 차이가 있다 보니 같은 지역이라도 어느 공장 소속인지에 따라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나고, 그 격차는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소식통은 “어느 공장에 다니느냐에 따라 먹고사는 수준이 갈리다 보니 군수 공장 사람들만 대우받는 것에 일반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불만이 크다”며 “배급을 못 주면 장사라도 하게 놔두면 되는데 그것도 못하게 하니 이것은 또 이것대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